LS산전을 비롯한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업체들이 중국 업체와 잇따라 합작사 설립에 나섰다.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중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다. 화재 사고 이후 국내 시장이 극도로 침체하자 ESS 업체가 중국에서 활로를 찾아 나섰다는 분석이다.
LS산전, 中 배터리 업체와 '합작 동맹' 추진
中 배터리 업체와 손잡는 韓 업체

24일 업계에 따르면 LS산전은 중국 나라다배터리와 합작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나라다배터리는 카본납축전지를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LS산전은 ESS의 핵심 부품인 PCS(전력변환장치)를 생산한다. ESS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력을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장치로, 배터리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LS산전은 중국 ESS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나라다배터리를 선택했다. 리튬이온전지 발화 사고로 국내 ESS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중국으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납축전지는 폭발 위험이 없다는 점도 합작을 고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나라다배터리에도 한국 PCS 업체는 매력적인 상대다. 세계에서 ESS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국가가 한국인 만큼 관련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나라다배터리 회장이 LS산전을 방문할 정도로 ESS산업을 육성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LS산전은 자사 중국 우시 공장에 나라다배터리 제품을 사용한 ESS를 설치했다.

중국 ESS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2%에서 2025년 23%로 높아질 전망이다. SNE리서치는 “지금은 한국과 미국이 ESS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2025년부터는 중국이 이어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튬이온전지를 제조하는 삼성SDI는 2014년 중국 태양광 인버터 시장 1위 업체인 선그로와 합작사를 설립했다.

中 완성차 업체와도 제휴 나서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도 중국 완성차 업체와 공격적으로 합작사를 세우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최근 지리자동차와 손잡고 중국에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두 회사가 50 대 50으로 출자한 합작 법인은 현지 공장을 통해 2022년부터 중국 내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리자동차가 인수한 볼보에도 배터리를 납품한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베이징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BESK를 출범시켰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지원금을 줄여 2021년에는 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할 계획이다. 보조금 폐지는 국내 배터리 업체에 호재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얹은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서다. 예정대로라면 2021년부터는 한국 배터리 업체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중국 업체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한국 배터리 업체가 잇따라 중국 완성차 업체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때문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한국산 배터리에 불이익을 줄지 알 수 없다”며 “안정적으로 수요처를 확보하려면 중국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