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사진=SBS '배가본드')

문정희가 화려한 귀환을 마쳤다. ‘배가본드’로 돌아온 문정희는 ‘역시 문정희’라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고품격 연기로 극을 압도하며 악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유인식)마지막 회 최고 시청률이 13.61%를 돌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제시카리는 에드워드(이경영 분)의 감시를 피하기위해 고해리(배수지 분)와 손을 잡고 새로운 판세를 짜며 반전의 서막을 열었다. 고해리에게 무기 로비스트를 제안하며 극 전체를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린 제시카리는 마지막까지 여유로웠던 레전드 악역이었고, 안방극장 역시 제시카리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제시카리'를 완성시킨 건 문정희 특유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 덕분이었다. 문정희가 완성시킨 ‘제시카리’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색깔이었다. 캐릭터의 극악무도함을 적절한 순간 폭발력 있게 그리며 극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몰입도를 선사함은 물론, 순간순간 드러나는 인간적인 면모까지 캐릭터에 묻어내며 악인 캐릭터의 새 지표를 열었다. '제시카리'의 악랄한 면을 살려내는 문정희의 압도적인 연기력은 극의 전반적 스토리에 더욱 힘을 실었고,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문정희가 가진 예리한 캐릭터 분석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완벽한 연기는 매회 극 전체를 뒤흔들었다.

문정희의 연기는 소름 그 자체였다. 당당하던 제시카리가 점차 힘을 잃게 되고, 캐릭터의 감정선이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번지는 그 미묘한 순간들을 문정희는 놓치지 않았다. 흔들리는 감정선을 방황하는 눈빛과 떨리는 손짓으로 섬세하게 표현하며 불안한 감정을 오롯이 만들어냈을 때 안방극장 역시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매 작품마다 역대급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내던 문정희의 내공이 다시 한번 재확인된 순간이다.

벼랑 끝에 몰려 교도소에 수감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문정희는 달랐다. 이성적인 레이더를 발동시키며 현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제시카리의 복잡한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짚어내며 극전개에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고고함을 잃지 않고 상황을 돌파하는 제시카리의 끈질긴 근성을 묵직한 내면 연기와 살기 띈 눈빛으로 채워내며 '역시 문정희'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출연하는 작품마다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여 온 문정희는 이번 ‘배가본드’를 통해 그가 쌓아온 연기 신화를 다시 썼다. 다신 없을 역대급 악인 캐릭터를 문정희 만의 색으로 덧입히며 그 진가를 드러냈다. 문정희 표 제시카리가 있었기에 ‘배가본드’의 전개에도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는 평이다. '배가본드'는 끝날지라도 문정희가 새로 연 악역의 신기원은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품격이 다른 연기력으로 인생 캐릭터를 새로 쓴 문정희는 JTBC 새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소설가 심명여 역으로 돌아온다. 색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문정희가 선보일 캐릭터에 이목이 집중된다. 한계 없는 연기를 보여주는 문정희의 행보에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지원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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