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통해 비로소 보이는 것들…영화 '결혼 이야기'
넷플릭스 영화 '결혼 이야기'는 제목과 달리 이혼 이야기다.

"실패를 겪어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말처럼, 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을 통해 결혼과 사랑, 인간관계의 복잡함과 본질을 되짚는다.

시작은 로맨틱 코미디처럼 달콤하다.

부부는 서로의 작은 장점까지 떠올리며 추억에 젖는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들과 잘 놀아준다.

배우로서 뛰어난 자질을 갖췄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맞장구를 잘 쳐준다.

" 남편 찰리(애덤 드라이버 분)가 기억하는 아내의 장점이다.

"요리는 물론, 청소도 잘하고 옷도 잘 입는다.

세심한 배려로 주변인들을 자기편으로 만든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연극 연출자다.

'아빠 노릇'도 즐겨 아들과 잘 놀아준다.

" 아내 니콜(스칼릿 조핸슨)이 회상하는 남편 모습이다.

실패를 통해 비로소 보이는 것들…영화 '결혼 이야기'
서로에 대한 헌사를 써 내려간 부부 앞에는 이혼 조정관이 앉아있다.

가정과 일터에서 함께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던 부부는 왜 이곳까지 오게 됐을까.

영화는 이혼을 앞둔 찰리와 니콜 부부의 일상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파경의 불씨를 찾아간다.

할리우드에서 TV 드라마 출연 기회를 얻은 니콜은 8살 아들과 함께 뉴욕을 떠나 고향인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다.

그리고 가족을 만나러 온 남편에게 이혼 소장을 건넨다.

원만한 합의로 이혼 절차를 끝내려 했던 남편은 당황하고, 그 역시 어쩔 수 없이 변호사를 선임한다.

양육권을 놓고 펼쳐질 부부간 '전쟁'의 서막이다.

둘은 엄청난 소송 비용을 물며 참전한다.

그 뒤로는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이 펼쳐진다.

변호사들은 상대방의 치명적인 약점을 찾는데 열을 올린다.

어느 날 저녁 와인을 많이 마셔 잠시 비틀거린 아내의 행동, 자동차에 어린이용 카시트를 고정하지 않은 남편의 실수는 양육의 '결격 사유'로 둔갑한다.

부부는 서로의 약점을 들추며 할퀴는 변호사의 말을 들으며 상처를 받는다.

'부부가 헤어지면 남보다 못하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동시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도 오버랩된다.

법정에선 죽기 살기로 물어뜯지만, 법정 밖에선 여전히 서로에 대해 애틋함을 드러낸다.

연민일까, 아니면 익숙함일까.

니콜은 남편이 메뉴판 앞에서 주저하자 그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알아서 척척 시킨다.

찰리 역시 '전기가 나갔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한밤중에 달려가 고쳐준다.

실패를 통해 비로소 보이는 것들…영화 '결혼 이야기'
실패를 통해 비로소 보이는 것들…영화 '결혼 이야기'
노아 바움백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들면서 1차 세계대전에 관한 영화 '위대한 환상'(1937)의 첫 장면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 영화를 보면 프랑스군이 독일 영토를 공격하는데, 독일군이 프랑스군을 점심에 초대한다.

그런 전쟁의 인간적인 면이 이혼과도 비슷한 거 같다.

낮에는 중재하거나 법원에서 대리인을 통해 상대를 모욕하다가도 집에 돌아가서는 함께 아이의 숙제를 봐줘야 한다.

"
아슬아슬하게 감정의 줄타기하던 부부는 마침내 폭발한다.

악다구니를 퍼붓다 마침내 각자의 밑바닥을 보인 뒤에야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마음의 앙금을 털어냈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조금 더 빨리 각자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냈다면, 서로를 바라봤다면 갈라서지 않았을까.

영화는 알다가도 모르는 게 부부 사이며, 관계가 끝나도 끝나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애덤 드라이버와 스칼릿 조핸슨은 실제 부부 같은 호흡을 보여준다.

능숙하게 리듬을 타며 감정의 강약을 세심하게 조절한다.

관객들은 '현실 부부'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듯, 이들이 각자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저마다 나름의 '판결'을 내리게 될 것 같다.

이달 27일 극장에서 개봉하며 넷플릭스에서는 다음 달 6일 공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