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콘서트를 누워서 본다니…. 앉아서 보는 ‘좌식’, 서서 보는 ‘스탠딩’까지는 경험해 봤지만, 누워서 보는 ‘와식 콘서트’는 처음이었다. 서서 보다 힘들어서 염치 불고하고 드러누워 버리는 것도 아니고 아예 대놓고 처음부터 눕는다. 무대 앞에 눕는다. 이런 공연이 요즘 조금씩 느는 추세다.
일렉트로닉 듀오 ‘에코하우스(Echohouse)'
22일(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4시(총 2회) 서울 마포구 ‘틸라 그라운드(@thila.seoul)’에서 열리는 ‘나우톤(NowTone)’ 시리즈는 몰입형 명상 퍼포먼스다. DJ 가재발, 명상 가이드 대니 애런즈가 무대를 연다. 무대 바로 앞에 요가 매트와 빈백이 깔린다. 가재발이 거대한 스피커를 통해 재생하는 풍성한 초저음과 각종 음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정서적 몰입을 촉매한다. (이건 개인용 이어폰, 휴대폰으론 ‘체험’할 수 없다) 대니 애런즈는 호흡법을 포함한 여러 코멘트와 함께 이를 돕는다.
가재발과 대니에 이어 나오는 일렉트로닉 듀오 ‘에코하우스(Echohouse)’ @echohouse_duo 의 무대도 기대할 만하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토끼굴’에서 관객 15명을 두고 시험 공연을 가졌던 에코하우스는 사실상 이번 ‘나우톤’이 데뷔 무대다. ‘한국의 국악인+미국의 실험음악가’의 편제부터 흥미롭다. 국가무형유산 가곡 이수자가 미시간주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현대음악가를 만나 만든 팀이다. 전자 장비로 내는 앰비언트 사운드에 국악의 호흡이나 시김새를 적용한 즉흥 보컬 연주를 섞어 낸다. 객석을 작은 종과 타악기를 들고 누비며 노래하는 아날로그 퍼포먼스가 디지털 노이즈와 섞여드는 모양새가 이율배반적이다.
일렉트로닉 듀오 ‘에코하우스(Echohouse)'
관객들이 할 일은? 어려운 음악을 이해하려 미간 찌푸리지 않아도 된다. 매트에 벌러덩 누워 자도 된다. 클럽처럼 괜히 그루브 타면서 힙한 척도 안 해도 된다. 숲, 사막, 심해, 우주를 청각적으로 표현하는 이들의 퍼포먼스를 마치 삼림에 박힌 나무처럼 그대로 호흡해 버리면 될 일이다.
공연을 기획한 위사(WeSA)는 전자 음악 기반의 온갖 신기한 프로젝트를 제작하고 지원하는 곳이다. 매년 소닉 블룸, 위사 페스티벌 같은 전자음악 축제를 열고, 강좌도 진행하며(위사 아카데미) 최근에는 독일 베를린의 유수 축제인 CTM 페스티벌과 교류전을 갖기도 했다.
눕는 콘서트, ‘눕콘’. 또 있다. 이달 초 서울 성동구 ‘성수율 뮤직’에서 열린 ‘실링 서비스’ 시리즈는 3면의 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시청각 몰입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천장이 높고 객석이 1, 2층으로 돼 있는데 역시나 무대 바로 앞은 ‘눕존(눕는 구역)’이다. 이번엔 네덜란드 전자음악가 마르텐 보스도 참여해 몽환적 스펙트럼을 펼쳐 보였다.
사실 필자도 지난해 준(準-) 눕콘에 진행자 및 강연자로 나선 적이 있다. 9월 CGV 용산아이파크몰 템퍼시네마에서 유니버설뮤직이 연 막스 리히터 새 앨범 ‘Sleep Circle’ 특별 감상회다. 장소명에서 짐작하셨으리라. 맞다. 극장 좌석이 가변형 매트리스로 돼 있다. 필자는 스크린 앞에 서서 J.S. 바흐부터 리히터까지 수면 음악의 역사에 대해 열띤 강의를 펼치는데, 객석에서는 슬슬 좌석을 ‘와석’으로 변신시키는 분들이 계셔서… 몹시 부러웠다. 이유진 서울대학교 수면의학센터장의 2부 강의까지 끝나고, 막스 리히터 신보 전곡 감상이 좌중 누운 가운데 성스럽게 90분간 이어졌다.
참,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의 ‘싱크 넥스트’에서 펼친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의 ‘눕콘’도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 소소한 화제를 모았다. 무려 3시간 동안 펼쳐진 ‘와음’의 세계다.
실링 서비스 2024년 공연 장면. 출처: 실링 서비스 인스타그램
그런데 공연계 일각에서 왜 요즘 ‘눕콘’이 꿈틀대는 걸까. 이런 트렌드는 러닝과 마라톤을 비롯한 각종 신체 활동을 비롯해 이른바 ‘갓생’에 관심 있는, 요가, 명상에도 진심인 젊은 세대가 주도한다. 더구나 지금은 초고속 이동통신, 스트리밍, 각종 숏폼 콘텐츠를 통해 음악이 여기저기서 줄줄 새는, 음악이 흔해 빠진 시대다. 취미란에 독서와 함께 ‘음악 감상’이라 적던 고상한 20세기는 자취 없다. 음악에 진심으로 몰입하고자 하는 이들은 이제 ‘듣는’ 데서 만족하지 않는다. 음악을 ‘겪고’ 싶어 한다. 숏폼 영상 속 댄스 챌린지처럼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서 겪는 것만 ‘체험 음악’이 아니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커다란 음향 장비를 통해 나오는 음악을 향해 눕거나 명상하는 것 역시 매우 적극적으로 음악을 ‘겪는’ 행위다.
지금, 음악을 ‘겪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일단 22일 마포구 틸라 그라운드에 가서 저와 함께 누우시면 된다. 참고로, 필자는 앞으로 더 흥미로운 ‘음악 겪는 공간’을 소개하려 한다. (누워서)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