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이 지난 100년 동안 변화한 것보다 더 큰 변화가 한꺼번에 밀려올 것입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혀 다른 업종의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혁신기술센터를 이끌고 있는 설원희 부사장(사진)은 21일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2019’ 기조강연에서 미래 자동차산업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설 부사장은 “자율주행자동차와 커넥티비티(자동차와 외부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기술), 친환경자동차, 차량공유 등 네 가지 포인트에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들 분야는 모두 비(非)자동차 영역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에는 결코 달갑지 않은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어 “자동차 외부에 있던 기술들이 계속 유입되면서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다”며 “자동차 회사들은 제조 중심 업체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로 바뀌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도 소개했다. 시장 변화를 선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게 현대차그룹의 목표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집중하는 미래 모빌리티의 대표 사례는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다. 복잡한 도심에서 공중으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를 전담하는 사업부를 신설했다. 신재원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을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단순히 미래형 이동수단을 내놓는 게 전부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변화를 추진하는 방식도 혁신하고 있다. 사업영역을 자동차 제조에서 미래 모빌리티, 로봇, 수소전기차 등으로 확대하는 것은 기본이다. 설 부사장은 “사업계획도 단순히 내년에 무엇을 할 것인가 수준으로 짜는 게 아니다”며 “20년 후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할지 예측하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그룹 내부 정보를 공유하며 다른 기업과 힘을 합칠 방침이다. 설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최근 비전을 ‘인류를 위한 진보’로 바꿨다”며 “사람들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여정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도병욱/김순신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