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서 대자보 하루 만에 훼손…대학가 곳곳 긴장감 고조
대학생 단체, 중국대사관 앞서 "홍콩 항쟁 지지" 외쳐 (종합)
대학가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대자보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대학생들이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하 학생모임)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등 6개 단체는 19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진핑 정부와 홍콩 당국은 홍콩 항쟁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이룬 우리나라 학생·청년은 그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며 홍콩 학생과 공명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탄압 수준을 한층 올리기로 한 시진핑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우리의 연대 활동은 중국인들을 적대하거나 배척하고자 함이 결코 아니고,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홍콩 항쟁 탄압을 중단하고 5대 요구를 수용하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끝낸 30여 명의 참가자는 시민들에게 홍콩 시위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며 명동 일대를 행진했다.

명동을 오가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행진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는 등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이달 23일에도 도심에서 청년·학생들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고 홍콩의 민주주의에 연대와 지지를 표할 계획이다.

애초 학생들은 주한중국대사관 경계 지점에서 약 30m 떨어진 도로상에서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경찰이 집회가 금지된 장소의 '미신고 집회'에 해당한다며 수차례 자진 해산을 명령하면서 갈등을 빚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대학생 단체, 중국대사관 앞서 "홍콩 항쟁 지지" 외쳐 (종합)
최근 대학가에서는 학생들이 학내에 부착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나 현수막 등이 찢어지고 홍콩 시위 응원 문구를 적어 붙이도록 마련된 공간인 '레넌 벽'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는 등 학내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모임은 레넌 벽 훼손 사건과 관련해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달 20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모임은 "(대자보 등) 훼손 시도가 한국 대학가에서 '혐중' 정서로 이어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훼손의 범인이 혹여 중국인 유학생으로 밝혀진다면 반성문 작성을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서강대에서도 학생들이 붙인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대자보가 하루 만에 훼손되기도 했다.

'홍콩의 민주화와 함께하는 서강인' 측에 따르면 이 단체는 전날 오전 캠퍼스 내 5곳에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투쟁을 지지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으나 이 중 1개가 같은 날 오후 게시판에서 뜯긴 채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이후 해당 대자보를 같은 위치에 다시 붙였지만, 또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단체 측은 "계속 대자보가 훼손되면 법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훼손돼 논란이 일었던 고려대에서는 재학생·졸업생 등 254명의 연서명이 담긴 지지 대자보가 다시 붙었다.

'노예가 되지 않으려는 자들이여, 일어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학생들은 "자유와 평등을 쟁취하기 위해 하루하루 투쟁하고 있는 홍콩의 현실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며 홍콩 시위대가 요구하는 5가지 안을 수용할 것 등을 촉구했다.

대자보는 정경대 후문 등 교내 2곳에 붙여졌다.

서명 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홍콩 시민들을 위해 쓴 응원 글은 영어, 광둥어로 번역해 추후 홍콩 학생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대학생 단체, 중국대사관 앞서 "홍콩 항쟁 지지" 외쳐 (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