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배추 혼자 들지 말고, 김장 후엔 무조건 푹 쉬어야

입동이 지나면서 주부들은 걱정이 앞선다.

김장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병원이 주부 300명을 대상으로 '김장 때 느끼는 통증 부위'를 주제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허리에 통증을 느낀다는 응답이 87%(261명)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무릎 9%(27명), 어깨 7%(21명), 목 5%(15명) 등 순이었다.

김장하는 주부 대부분이 허리와 어깨, 무릎 등이 쑤시는 '김장증후군'을 경험하는 셈이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김장증후군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요령을 알아본다.

◇ 구부릴수록 허리 부담 커…절인 배추는 여럿이 함께 들어야
설문조사 결과처럼 김장 후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허리 통증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오랜 시간 바닥에 앉아 있는 등의 행동들이 허리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허리 통증은 딱딱한 바닥에 앉을수록, 허리가 앞으로 구부정하게 구부러질수록 가중된다.

특히 김장을 할 때 소금물에 절인 배추를 들어 올리면서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혼자 드는 것보다 최소 2명 이상이 함께 들면 이런 부담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무릎을 구부린 상태로 앉아 물건을 몸에 최대한 가까이 붙여 천천히 하체 힘으로 들어 올리는 것도 허리 건강을 지키는 요령이다.

김장 재료들을 다른 곳으로 운반하거나 냉장고에 넣을 때 의식적으로 허리를 펴는 것도 중요하다.

허리는 보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50대 이상 주부라면 무거운 물건을 혼자 든다거나 찬 기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평소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같은 척추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허리 통증 예방에는 의식적으로 30분∼1시간 정도에 한 번씩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좋다.

바른세상병원 한재석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허리만 숙이는 자세는 순간적으로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가중해 요추 염좌나 허리디스크 파열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바닥에 앉아 일할 때도 허리를 세우고 앉아 허리에 무리가 덜 가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쪼그려 앉으면 무릎에 큰 부담…바닥보다 식탁 권장
김칫소를 버무리고 넣는 작업 내내 주부들은 보통 딱딱한 바닥에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장시간 쪼그리고 앉으면 무릎에도 큰 부담이 된다.

보통 관절의 노화가 시작되는 40대 이후에는 작은 압력에도 무릎의 연골판이 쉽게 손상될 수 있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은 골밀도까지 낮아진 상태라 관절과 연골에 증상이 악화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쪼그려 앉으면 서 있을 때보다 무릎에 7∼8배의 하중이 가해지는 만큼 식탁이나 테이블을 이용해 김치를 담그는 게 바람직하다.

부득이 바닥에 앉아서 김장해야 할 경우라면 보조 의자라도 써 무릎 관절이 과도하게 꺾이지 않도록 하고, 가급적이면 무릎의 각도가 90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른세상병원 정구황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김장 재료를 최대한 가까운 곳에 둬 앉았다 일어서기를 최소화하는 게 좋다"면서 "만약 김장 후 관절이 붓고 아프거나 자고 일어났을 때 뻣뻣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한다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장을 마친 후에는 무조건 푹 쉬어야 한다.

만약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낀다면 따뜻한 온욕이나 찜질로 경직된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 주는 게 좋다.

통증 부위가 붓고 열이 날 때는 냉찜질이 효과적이고, 허리가 뻐근하고 묵직하다면 온찜질이 괜찮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