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에 밭일 못 할 지경"…농식품부측 "매몰지 모두 점검할 것"

"산처럼 쌓인 돼지 사체 썩는 냄새에 독한 소독약품 냄새까지 뒤섞여 도저히 밭일을 못 할 지경입니다.

"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마거리 일대에서 콩 농사를 짓는 A씨는 12일 "돼지 사체가 방치되며 주변에 보랏빛 물이 고이고 악취가 나는 상황에서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결국 침출수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다"며 이같이 전했다.

12일 찾은 마거리 민통선 부근 초소. 민통선 안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오가는 초소 주변은 밭들이 넓게 펼쳐진 농촌이다.

하지만, 민통선 안을 오가는 주민들이 전한 민통선 내부 사정은 평화로운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한 돼지를 처리할 플라스틱 용기 제작이 늦어지며 지난 10∼11일 민통선 안에 있는 군부대에 돼지 사체들이 가득 쌓였기 때문이다.

트럭에 실린 채 방치된 돼지 사체들은 악취를 풍기다가 결국 지난 10일 많은 비가 내리며 빗물과 함께 사체의 핏물이 섞여 유출되는 사고로 이어졌다.

"침출수 우려 현실로"…연천 돼지 사체 매몰지 농민들 시름
침출수는 임진강 지류 마거천과 연결된 실개천으로 흘러 100∼200m 구간 곳곳에서 핏빛 흔적이 남아있었다.

민통선 안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 B씨는 "돼지 사체를 실은 큰 트럭들이 수시로 오가고, 사체를 내릴 공간이 없어 차에 실려 방치될 정도"였다며 "(매몰지) 근처에서 일하는 농민들이 냄새 때문에 너무 고생해 문제를 제기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멀리서 봐도 단시간에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돼지 사체가 쌓여 걱정됐는데 침출수까지 나왔다고 해서 혹시나 청정 민통선 내 경작지가 오염됐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연천군은 급하게 오염수 펌핑 작업과 펜스를 설치해 침출수가 더는 임진강에 흘러들지 않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오염수 일부는 이미 마거천을 통해 임진강으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돼 임진강 상류 상수원이 오염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와 연천군은 상수원과는 멀고 이미 살처분 과정에 돼지 사체를 소독 처리했기 때문에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도 "살처분을 서둘러 끝내려다 빚어진 일"이라며 "작업을 빨리 끝내려니 두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출 사고가 난 매몰지에는 아직 2만여 마리 돼지 사체가 쌓인 상태다.

13일까지 작업을 진행해야 매몰처리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습에 나선 농식품부 측 관계자는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매몰 조치가 되도록 하겠다"며 "농식품부·환경부·지자체 합동 점검반을 꾸려 매몰지 101곳이 적합하게 조성됐는지 일제 현지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