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음란물 불법수익 4억 사범 1년6월刑…판결확정돼 처벌변경 불가
범인 신상정보도 공개대상 아냐…범죄인 인도로 美서 재판받으면 추가처벌 가능
아동음란물 형량 상향 법안 발의후 2년 넘게 상임위 문턱도 못넘어
[팩트체크] '아동포르노' 운영자 솜방망이 형량 논란…엄벌 가능할까?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아동과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3천여개를 올려 4억원가량을 이용료로 챙긴 손 모(23)씨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데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판매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데, 법원은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다'고 인정하면서도 손씨가 초범이고 나이도 어리다는 등의 이유로 1년6개월 형을 선고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지난달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 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라는 글이 게시됐고, 11일 현재 청원 참여인원은 29만명을 넘겼다.

청원인은 미국에서는 아동 등장 음란물을 다운로드만 받아도 무거운 형량이 선고된 사례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사이트 운영자에게 너무 관대한 판결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은 아동·청소년 등장 음란물을 판매하거나 배포한 경우 5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성범죄 전과가 있는 경우에는 징역 15∼40년으로 형량이 대폭 올라간다.

단순히 아동·청소년 등장 음란물을 소지한 경우에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마찬가지로 단순 소지자도 성범죄 전과가 있다면 징역 10년∼20년으로 엄하게 처벌된다.

우리 법도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련 범죄에 대해선 엄벌을 규정하고 있다.

판매·배포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사람을 때려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상해를 입힌 경우와 최대 형량이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법원은 손씨에게 왜 그렇게 관대했던 것일까? 다른 범죄들과 달리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선 아직 양형기준안이 마련되지 않아 형량에 대한 판사의 재량이 폭넓게 인정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손씨가 초범이고 나이도 어리며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이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며 실형을 선고했지만, '초범'과 '어린 나이'는 여전히 선처의 이유로 작용했다.

구체적인 양형기준안 없이 형량에 대한 손씨 측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지면서 최대 형량(징역 10년)의 약 7분의 1 수준으로 선고된 것이다.

[팩트체크] '아동포르노' 운영자 솜방망이 형량 논란…엄벌 가능할까?
뒤늦게라도 손씨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손씨의 형이 이미 확정됐기에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손씨는 지난 5월 2심 선고 후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일주일 만에 취소했다.

2심이 손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기 때문에 검찰은 상고 자체를 할 수 없었다.

현행법은 피고인의 형량이 징역 10년보다 낮은 경우엔 '형량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상고할 수 없도록 한다.

결국 피고인·검찰 양측이 상고하지 않은 채 상고기간이 경과하면서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기에 손씨의 형량을 더는 변경할 수 없게 됐다.

청원인이 주장한 손씨의 '신상정보 공개'도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다.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 등에만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한다.

일부 예외적으로 성폭력 범죄가 아닌 경우에도 공개하도록 하지만 아동·청소년 음란물죄는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손씨가 미국 법원에 기소돼 재판을 받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손씨의 사이트를 통해 음란물을 내려받은 이용자 중 92명이 미국인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에게 음란물을 판매한 손씨가 미국 법원에 기소돼 재판을 받을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이다.

미국 수사당국이 한국 법무부에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는지 여부는 '수사 보안' 등 여러 문제로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대신 미국 법무부가 한국 법무부에 손씨를 강제송환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미국 현지 언론 보도가 있었다.

범죄인 인도는 양국간 조약을 통해 일정한 법적 절차를 거쳐 실시되지만, 강제송환은 조약과 상관없이 당사국들의 재량으로 자유롭게 이뤄진다.

한국 법무부가 미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손씨가 미국에 송환되면 손씨는 우리 법원이 선고한 형벌과 별개로 미국에서도 추가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무부 국제형사과 관계자는 11일 "우리나라도 외국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자를 우리 형법에 따라 다시 기소해 처벌하고 있다"며 "(미국 국내법을 추가로 검토해야 하지만) 손씨가 미국법에 따라 재판을 다시 받아 추가로 처벌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법을 개정해 아동 음란물 사범에 대한 법정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나 20대 국회 종료 전에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2017년 10월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판매·배포할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이 넘도록 소관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팩트체크] '아동포르노' 운영자 솜방망이 형량 논란…엄벌 가능할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