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세대보다 간결해진 디자인 세련미 UP
▽ 운전 중 시야 확보 돕는 첨단 기술 눈길
▽ 네비게이션 느린 반응은 숙제로 남아
올해 출시된 재규어랜드로버의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이하 '이보크')'를 본 뒤 감흥이다. 풀체인지 된 2세대 모델이다. 1세대 이보크 역시 빼어난 도시적 디자인으로 명성을 날렸다. 얼굴 천재로 유명세를 치르는 보이그룹 아스트로의 '차은우'처럼 이보크는 세대가 바뀌어도 '얼굴 천재, 車은우'구나 싶었다.
2011년 탄생한 1세대 이보크가 전 세계 각국에서 총 200여개가 넘는 상을 받고 75만대 이상 팔린 만큼 2세대를 준비하는 재규어랜드로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을 터. 기자가 만난 2세대 이보크는 디자인을 뛰어넘어 재규어랜드로버의 고민이 기술력으로 승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보크는 한눈에 봐도 도시적인 디자인을 뽐낸다. 세련미를 더하기 위해 전면에 초슬림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를, 후면에는 더욱 길어진 테일램프로 안정감을 더했다. 손잡이는 '플러시 도어 핸들'을 적용해 옆라인의 군더더기를 뺐다. 이보크의 디자인 철학은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며 일체감을 유지했다. 인테리어는 절제미를 강조해 시각을 방해하는 요소를 최소화했다. 세계 최초로 적용된 '터치 프로 듀오'는 상하 각각 10인치 듀얼 스크린으로 분리돼 직관적인 터치감을 마련했다. 특히 상부 스크린은 기울기 조정까지 가능해 운전 중에도 불편함이 없었다.
이보크는 소형 SUV지만 1세대보다 휠베이스가 21mm가 길어졌다. 효율적인 실내 설계를 통해 총 26리터의 수납 공간을 마련했다. 더 넓어진 글로브 박스와 센터 커버에는 태블릿, 물병 등을 여유롭게 수납할 수 있고 후면의 적재 공간도 여유있게 확보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첨단 기능은 덤이다. 후방 시야를 선명하게 확보해주는 '클리어 사이트 룸 미러(ClearSight Rear View Mirror)', 마치 보닛을 투과해 보는 것처럼 전방 시야를 확보하는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ClearSight Ground View)' 기술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주행 중에 고개를 많이 돌리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가장 중요한 건 주행감이다. 이보크에는 총 세 가지 출력 사양을 갖춘 디젤과 가솔린 엔진이 제공되는데 브랜드 최초로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MHEV, Mild Hybrid System)'이 탑재됐다. 이 시스템은 차량 감속 중 발생하는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엔진 구동을 보조할 때 활용해 연료 효율을 약 5%가량 개선한다. 2.0리터 4기통 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과 180마력 두 가지 출력으로 제공되며 경제성과 성능에 대한 최적의 조합을 갖췄다. 2.0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은 249마력의 높은 최고출력과 1300~4500rpm 사이에서 발생하는 37.2kg.m의 최대토크를 통해 뛰어난 주행성능을 제공한다. 악셀을 밟자마자 치고 나가는 힘이 컸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에서도 힘을 유지하며 조용한 엔진음을 자랑했다.
이보크에는 동급 최고 수준의 각종 주차 보조·주행 안전 사양도 적용됐다. 주차 보조 기능으로는 '파크 어시스트(평행·직각 주차 및 탈출)', 360도 주차 센서, 탑승객 하차 모니터링, 후방 교통 감지 기능이 적용됐다.
주행 안전 사양으로는 차선 유지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어시스트 기능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12개의 주차 센서로 최고 30km/h 속도 이하에서 작동하는 서라운드 카메라와 공기 청정 센서도 주목할만하다.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우선 수입차들의 고질적 단점인 네비게이션의 느린 반응은 각종 편의 사항으로 완성한 편안한 주행감을 빼앗아 갔다.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나 초행길을 달리는 운전자들이 불편함을 느낄만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키가 큰 운전자가 타기에 천장은 확실히 낮았다. 외부 디자인의 날렵함을 위해 높이를 낮게 제작했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머리가 살짝 천장에 닿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보크는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런 불편함을 상쇄하고 남을만한 넘치는 강점들을 가졌기 때문이다. 판매 가격도 6800만~8230만원에 형성돼 있어 국산 고급 SUV를 고려하는 소비자도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합리적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