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쿠팡족?" 마트 외면하는 소비자…신세계·롯데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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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마켓컬리 인터넷 쇼핑 대세에
실적 발표마다 유통공룡 '어닝쇼크'
이마트 '초저가'·롯데 '실탄 장착'
실적 발표마다 유통공룡 '어닝쇼크'
이마트 '초저가'·롯데 '실탄 장착'
2019년 쇼핑트랜드는 누가 뭐래도 ‘쿠팡’이었다. 최저가 전략은 물론 택배업계를 빙의해 자체배송(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새벽배송을 집중공략한 마켓컬리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같은 이커머스(E-coomerce)의 화력에 유통업계가 완전히 흔들렸다. 대형마트가 속절없이 밀려나 입지가 축소된 것은 물론 기업형슈퍼마켓(SSM) 역시 마찬가지의 수순을 탔다. 과거 대형마트와 함께 골목상권 파괴 주역으로 꼽혔던 SSM의 시대마저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부동의 1등’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쇼핑 역시 올 3분기 2년 만에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냈다. 뼈아픈 실적이지만 신세계 롯데 등 ‘유통공룡’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하반기 들어 금감원으로부터 1조원대 적자로 조치를 받고, 최근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는 등 쿠팡이 전체적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 신세계의 이마트는 6년 만에 대표를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앞장섰다. 롯데그룹은 롯데리츠를 상장해 1조원 가량의 실탄을 확보했다.
◆ 온라인 쇼핑 대세…마트 외면하는 소비자들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를 통한 인터넷 쇼핑은 소비자들에게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떨어지고 있지만 온라인 유통업체는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지난 30일 산업통상자원부이 발표한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전달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오프라인 부문(-5.0%)이 감소했으나 온라인 부문(17.8%)이 성장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온라인의 경우 온라인판매중개(20.5%)와 온라인판매(11.0%)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다. 반면 오프라인은 편의점(2.8%)을 제외하고 매출이 모두 줄었다. 특히 SSM의 경우 이른 추석으로 인한 선물수요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전년 대비 영업 점포수가 31개 감소하며 매출이 7.1% 크게 줄었다.
이는 소비자들이 기저귀, 물티슈, 생수 등 공산품뿐 아니라 마트에서 구매했던 채소, 과일, 고기 등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게 되며 마트로 향하던 발걸음이 준 것 때문으로 보인다. 1인 가구 증가, 온라인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가격을 무리하게 낮춘 것 역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 속절없이 무너지는 '유통 공룡'…실적 발표마다 '어닝쇼크'
소비 트렌드 자체가 온라인 쇼핑으로 중심축을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외면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간 국내 대형마트 ‘부동의 1위’라는 위엄을 누려왔던 이마트는 올해 2분기에 영업손실 299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으로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가 났다. 오프라인 할인점의 부진이 컸다. 작년 2분기 558억원의 이익을 냈던 할인점이 올해는 4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출범한 SSG닷컴 역시 늦은 시장 진입 탓인지 상황이 좋지 않다.
롯데쇼핑도 마찬가지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해 3분기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어닝쇼크’를 냈다. 작년 2분기 중국사업 철수 당시 적자전환한 이래 5분기 만이다. 롯데쇼핑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영업이익은 56%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3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롯데도 역시 할인점 부진이 뼈아팠다. 롯데마트는 3분기 매출액이 1조 2820억원인데 영업이익은 120억원에 머물렀다. 매출은 6.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1.5%나 급감한 수치다. 특히 국내점의 경우 영업이익이 90%가량 줄어 20억원에 그쳤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사정이 비슷했다. 매출액은 9836억원으로 11.6%, 영업이익은 334억원으로 8.4% 줄었다. ◆ 신세계·롯데, 분주한 움직임 "어떻게든 살아남자"
이마트의 적자가 심화되자 지난달 신세계그룹은 극약처방을 내렸다. 6년간 이마트의 흥망성쇠를 함께 했던 이갑수 대표를 비롯해 11명의 임원을 내보냈다. 큰 과오가 없다면 끝까지 믿는 신세계의 인사 방식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다. 그만큼 이마트가 과거 영광에 취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중간은 없다”를 경영화두로 제시한 바 있다. 이제 유통업체에겐 '밀거나, 밀리거나' 선택지는 이 둘 중 하나밖에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상시적 초저가 프로젝트를 택했다.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강화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지난 8월부터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2일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 ‘쓱데이’를 통해 상시적 초저가 프로젝트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날 하루에만 600만 명가량의 소비자들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찾고 쓱닷컴에서 장을 봤다. 매출도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증가한 4000억 원을 넘어섰다. 한편 실적부진에 허덕이는 롯데마트가 하반기 선택한 전략은 ‘자율형 점포’ 확대였다. 상품 운영에 있어 점포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예를 들어 상권에 맞춘 점포별 ‘시그니처’ 상품을 만들거나 비규격 상품에 대한 판매가격 조정 등의 권한을 점포에 맡기는 전략이다. 하지만 2분기에 이어 3분기 역시도 실적이 저조한 만큼 큰 성과는 거두고 있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래도 롯데그룹은 지난달 30일 롯데리츠를 코스피 상장해 1조원 가량 실탄을 확보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정부의 공모리츠 지원대책에 힘입어 롯데백화점, 마트, 아울렛 등 자산 유동화에 성공했다. 롯데쇼핑은 이 1조원 가량 현금을 이커머스 경쟁력 확보에 나설 전망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쿠팡에 대응하기 위해 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이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부동의 1등’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쇼핑 역시 올 3분기 2년 만에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냈다. 뼈아픈 실적이지만 신세계 롯데 등 ‘유통공룡’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하반기 들어 금감원으로부터 1조원대 적자로 조치를 받고, 최근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는 등 쿠팡이 전체적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 신세계의 이마트는 6년 만에 대표를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앞장섰다. 롯데그룹은 롯데리츠를 상장해 1조원 가량의 실탄을 확보했다.
◆ 온라인 쇼핑 대세…마트 외면하는 소비자들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를 통한 인터넷 쇼핑은 소비자들에게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떨어지고 있지만 온라인 유통업체는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지난 30일 산업통상자원부이 발표한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전달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오프라인 부문(-5.0%)이 감소했으나 온라인 부문(17.8%)이 성장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온라인의 경우 온라인판매중개(20.5%)와 온라인판매(11.0%)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다. 반면 오프라인은 편의점(2.8%)을 제외하고 매출이 모두 줄었다. 특히 SSM의 경우 이른 추석으로 인한 선물수요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전년 대비 영업 점포수가 31개 감소하며 매출이 7.1% 크게 줄었다.
이는 소비자들이 기저귀, 물티슈, 생수 등 공산품뿐 아니라 마트에서 구매했던 채소, 과일, 고기 등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게 되며 마트로 향하던 발걸음이 준 것 때문으로 보인다. 1인 가구 증가, 온라인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가격을 무리하게 낮춘 것 역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 속절없이 무너지는 '유통 공룡'…실적 발표마다 '어닝쇼크'
소비 트렌드 자체가 온라인 쇼핑으로 중심축을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외면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간 국내 대형마트 ‘부동의 1위’라는 위엄을 누려왔던 이마트는 올해 2분기에 영업손실 299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으로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가 났다. 오프라인 할인점의 부진이 컸다. 작년 2분기 558억원의 이익을 냈던 할인점이 올해는 4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출범한 SSG닷컴 역시 늦은 시장 진입 탓인지 상황이 좋지 않다.
롯데쇼핑도 마찬가지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해 3분기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어닝쇼크’를 냈다. 작년 2분기 중국사업 철수 당시 적자전환한 이래 5분기 만이다. 롯데쇼핑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영업이익은 56%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3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롯데도 역시 할인점 부진이 뼈아팠다. 롯데마트는 3분기 매출액이 1조 2820억원인데 영업이익은 120억원에 머물렀다. 매출은 6.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1.5%나 급감한 수치다. 특히 국내점의 경우 영업이익이 90%가량 줄어 20억원에 그쳤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사정이 비슷했다. 매출액은 9836억원으로 11.6%, 영업이익은 334억원으로 8.4% 줄었다. ◆ 신세계·롯데, 분주한 움직임 "어떻게든 살아남자"
이마트의 적자가 심화되자 지난달 신세계그룹은 극약처방을 내렸다. 6년간 이마트의 흥망성쇠를 함께 했던 이갑수 대표를 비롯해 11명의 임원을 내보냈다. 큰 과오가 없다면 끝까지 믿는 신세계의 인사 방식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다. 그만큼 이마트가 과거 영광에 취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중간은 없다”를 경영화두로 제시한 바 있다. 이제 유통업체에겐 '밀거나, 밀리거나' 선택지는 이 둘 중 하나밖에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상시적 초저가 프로젝트를 택했다.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강화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지난 8월부터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2일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 ‘쓱데이’를 통해 상시적 초저가 프로젝트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날 하루에만 600만 명가량의 소비자들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찾고 쓱닷컴에서 장을 봤다. 매출도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증가한 4000억 원을 넘어섰다. 한편 실적부진에 허덕이는 롯데마트가 하반기 선택한 전략은 ‘자율형 점포’ 확대였다. 상품 운영에 있어 점포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예를 들어 상권에 맞춘 점포별 ‘시그니처’ 상품을 만들거나 비규격 상품에 대한 판매가격 조정 등의 권한을 점포에 맡기는 전략이다. 하지만 2분기에 이어 3분기 역시도 실적이 저조한 만큼 큰 성과는 거두고 있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래도 롯데그룹은 지난달 30일 롯데리츠를 코스피 상장해 1조원 가량 실탄을 확보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정부의 공모리츠 지원대책에 힘입어 롯데백화점, 마트, 아울렛 등 자산 유동화에 성공했다. 롯데쇼핑은 이 1조원 가량 현금을 이커머스 경쟁력 확보에 나설 전망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쿠팡에 대응하기 위해 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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