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이 자꾸 바뀌다 보니 안정적으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지난 5일부터 3일간 ‘외국인 투자주간’ 행사가 열리는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참석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들의 표정은 떨떠름했다. 이 행사는 한국의 강점을 널리 알려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를 확대한다는 취지에 맞춰 매년 정부가 진행하는 행사다. 올해도 어김없이 단상에서는 “혁신생태계를 갖춘 한국은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식의 예찬이 이어졌다.하지만 행사장의 공기는 예년보다 가라앉아 있었다. 기자와 만난 참석자들은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 정부가 과감한 투자 지원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오히려 규제 강도와 노동경직성은 단단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독일에 본사를 둔 화학기업 휴테네스알베르투스(HA)그룹의 베른하르트 뮐러 아시아태평양지역 부회장은 “‘타다’ 등 스마트모빌리티 산업이 법적 문제를 겪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택시와 스타트업업계의 표 개수를 저울질하느라 갈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은 “외국인 투자 유치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노동경직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한국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는 일본 기업이 많지만 이 문제 때문에 주저하곤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한국은 정부 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바뀌면 산업정책이 휙휙 바뀐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해야 하지만 정부 정책이 자주 바뀌면 소재·부품·장비를 장기적으로 국산화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미국에 본사를 둔 물류회사 GNL 트랜스포테이션의 노상일 대표는 “미국에서는 클릭 몇 번이면 될 절차를 한국에서는 변호사를 거쳐야 하고, 종이서류를 내야 할 일도 많았다”며 “회사 시작 과정부터 이런데 이후 공장 인허가나 신증설을 생각하면 악몽”이라고 지적했다. 한 외국계 IT업계 대표는 “신산업 육성을 위해선 인공지능(AI) 로봇 등 각 분야에 특화한 기술자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이해도를 갖춘 종합적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외국계 투자자의 우려가 무겁게 다가오는 건 올해 내리막을 걷는 외국인직접투자(FDI) 감소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 1~3분기 FDI는 신고액 기준으로 134억85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29.8% 줄었다. 정부는 올해 한국 FDI가 20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koo@hankyung.com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사진)이 4일 “각종 전기요금 할인제도 폐지는 한전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운영 중인 특례할인을 모두 중단할 것”이라고 말한 뒤 정부가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고 지적하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김 사장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원래 전기요금 특례할인 제도는 일정 기간 혜택을 주다가 그 기간이 끝나면 일몰하도록 돼 있다”며 “그걸 설명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특례할인 폐지의 경우 한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지만 그 전에 정부와 충분히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한전이 운용하고 있는 특례할인 제도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와 주택용 절전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등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정부 정책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일각에선 탈(脫)원전 정책 등으로 한전 재무구조가 악화하자 김 사장이 할인 제도의 일괄 폐지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전은 지난해 6년 만에 영업 적자(-2080억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 9285억원의 손실을 냈다.이에 대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전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개편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하면 전기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해 결정하는 구조”라며 “특례할인 폐지 여부는 한전과 (정부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도 “특례할인 폐지와 관련해 한전과 협의한 적이 없다”며 “일괄적인 폐지는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반도체 부진 우려와 달리 생산과 수출 물량은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린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반도체 수출 물량은 2557.2t으로, 지난해 같은 달(2204.4t)에 비해 16.0%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이로써 반도체 수출 물량은 7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 들어서도 1월과 2월, 6월만 작년 동월 대비 감소했을 뿐 전반적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실제로 올들어 지난달(25일 기준)까지 누적 수출 물량은 2만9834.1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8363.8t)보다 5.2%나 늘었다.반도체 수출 물량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생산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유지했다.통계청의 산업생산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나 늘었다.지난 1분기 7.9%와 2분기 7.3% 늘어난 데 이어 증가폭이 더 확대된 것으로 자동차와 기계장비 등을 포함한 전체 제조업 생산이 1년 전보다 0.7%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이처럼 호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액은 비교적 큰 폭으로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급락한 것이 그 원인이다.올들어 지난달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789억6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71억7000만달러)보다 26.3%나 줄었다.특히 최근 메모리 가격 급락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만큼 내년에는 수출액도 올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실제로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본격적인 5G 이동통신 도입과 PC 수요 증가 등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우리 반도체 수출은 지난 2017년(979억달러)과 비슷하거나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