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권이 통합 논의를 위한 첫발을 뗐지만 출발부터 난항을 예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보수 진영 내 갈등의 골이 깊은 데다 총선 공천 등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행동’(변혁)을 이끄는 유승민 의원(사진)은 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보수대통합’ 제안과 관련해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한국당이 제가 말한 3원칙을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속임수를 쓰면 (통합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보수 통합의 조건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유 의원은 “세 가지 원칙을 한국당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은 그 당에 17년간 있었던 제가 잘 안다”며 “굉장히 어려운 대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빠르게 실무 작업에 돌입했다. 홍철호·이양수 의원을 통합 논의 세력과 소통할 실무팀으로 정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논의를 진행하기에 거부감이 적고 잘 소통할 수 있는 분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근간을 파괴하는 문재인 정권에 맞서는 모든 자유민주세력의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며 “통합이 정의고, 분열은 불의”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보수통합 논의가 시작됐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아 험로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는 탄핵에 찬성하면서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떠났고, 우리공화당은 여전히 탄핵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21대 총선은 탄핵 대 탄핵에 저항했던 세력들의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황 대표가 자유우파 대통합을 말했는데 결국 탄핵주동자인 유 의원에 대한 구애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우리공화당은 서면 논평을 통해 “유 의원을 포함한 ‘탄핵 5적’을 정리도 못 하면서 무슨 통합을 말하는가”라고 했다. 반면 유 의원은 “우리공화당이 탄핵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이어간다면 제가 말하는 보수 재건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한국당이 분명한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날 변혁은 신당 창당을 추진하기 위한 신당기획단도 새롭게 출범시켰다. 신당기획단이 한국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고려한 것이냐는 질문에 유 의원은 “그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마음은 없다”고 했다. 유 의원이 신당 창당 작업을 이어가는 것을 두고 한국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보수통합의 실현 여부가 황 대표의 리더십을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대선주자로서 황 대표의 향후 정치적 입지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