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향토극단] 배우가 가장 많은 전국구 극단 '모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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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창단…'장애·편견 극복, 사랑·환경·사람' 주제
80여명 배우·50여개 작품이 자산…국내외 초청 공연 활발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연극을 통해 세상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사람다움을 추구하는 극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김정숙(60) 대표는 24일 사무실과 연습실이 있는 과천시민회관을 찾아온 기자에게 극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모시는 사람들'은 무대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현장 예술인 '연극'을 '모신다'는 의미다.
'모시는 사람들'은 1989년 김 대표가 29살 비교적 젊은 나이에 20여명의 단원으로 창단했으니 올해로 30주년이 됐다.
자주연극 운동을 목표로 한 동인제극단(연극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 출자, 공동 운영의 방식으로 이끌어가는 극단)이다.
극단 '에저또'에 22살에 들어가 6년간 연극을 배운 김 대표가 새로운 연극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 연극인들과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연극=배우예술'이라는 말처럼 '모시는 사람들'은 20여명의 많은 배우 인력풀을 기반으로 처음부터 규모 있는 작품을 해왔다.
창단 첫해 5월 4일 국립극장 야외무대에서 '반쪽이전'이라는 어린이 마당극을 초연했다.
팔·다리·얼굴을 반쪽만 갖고 태어난 아이가 편견과 차별 속에서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하려면 관심과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어린이극을 마당극으로 만든 신선한 도전 덕분인지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흥행에도 성공해 제작비 54만원을 공연수입만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모시는 사람들'이 다음 작품을 공연할 수 있게 만든 든든한 바탕이 됐다.
'모시는 사람들'은 어는 지역을 대표하는 극단이라기보다 전국 여기저기 초청을 받아 공연하는 전국구 극단으로 통한다.
그만큼 대표할 만한 작품이 많다는 얘기다.
모시는 사람들이 보유한 작품은 50여개. 극작을 전공한 김 대표가 거의 직접 만든 창작품이다.
대표작으로는 '강아지똥', '블루사이공', '오아시스세탁소 습격 사건', '쓰레기 꽃'을 꼽을 수 있다.
강아지똥은 김 대표가 존경하는 멘토인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그림동화를 각색한 아동극이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강아지똥이 자신의 몸을 희생해 거름이 되어 아름다운 민들레 꽃을 피운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을 비롯해 케냐, 싱가포르, 인도 5개 지역, 일본 등 해외에 여러 차례 초청된 인기작품이다.
2003년에는 세탁소에 맡겨진 각양각색의 옷을 소재로 다양한 소시민의 삶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을 선보여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은 5개 출판사의 국어 교과서에서 실렸다.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블루 사이공'은 1996년 초연에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대상·작품상·희곡상을 휩쓸며 창작 뮤지컬로는 드물게 호평받은 작품이다.
올해 극단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6월 28∼30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1월에는 어린이 환경연극 '쓰레기 꽃'이 2018 아시테지(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주최 어린이 연극제에서 대상·작곡상·연기상을 받았다.
'모시는 사람들'의 이런 작품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공연 중이다.
10월에만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 8회, '쓰레기 꽃' 4회 공연 일정이 잡혀있다.
'강아지똥'도 내년에 공연이 예약돼 있다.
보통의 극단이 1년에 한두 번 공연하는 것에 비춰보면 '모시는 사람들'은 공연 일정이 매우 많은 편이다.
김 대표는 '모시는 사람들'이 여러 작품을 오랫동안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비결이 온전히 배우에 있다고 강조했다.
'모시는 사람들'이 보유한 배우는 현재 80여명. 김 대표가 연초에 1년간의 공연 일정을 공지하면 배우들이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에 신청한다.
배우 인력풀이 풍부하다 보니 한 배우가 빠지더라도 다른 2∼3명의 배우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어 언제든지, 어디서든 퀄리티 있는 작품 공연이 가능하다.
80명의 배우 가운데 8명 정도는 김 대표가 극단을 창단할 때부터 함께 해 온 소중한 배우이자 동료들이다.
김 대표는 "연극은 배우예술이다.
배우만 있으면 가능한 게 연극이다"라며 "배우가 많은 것은 극단의 소중한 자산인데, 우리 극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배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풍부한 배우 덕에 수많은 작품을 계속 무대에 올릴 수 있다며 김 대표는 늘 배우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극단 배우들과 끈끈한 유대감도 자랑했다.
'모시는 사람들'에서 일하는 배우들은 누구 하나 개런티를 얼마 줄 거냐고 묻지 않는다고 했다.
극단과 배우가 '돈'으로만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올해 개관 기념작품으로 블루사이공을 공연한 후 9천만원의 손실이 났는데, 이 손실도 김 대표와 배우들이 함께 감당하며 갚아나가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배우들이 밥 사달라고 해서 만든 식사 자리에 나가 현금 300만원이 든 봉투를 받고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힘들게 극단을 운영하는 김 대표를 위해 각자 돈을 모아 "용돈 하시라"며 무심히 건넨 배우들의 마음이 정말 고마웠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그 어떤 상과 트로피보다도 값진 단원들의 사랑을 느꼈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보다 좋은 작품을 공연하려고 헌신하고, 극단 유지를 위해 희생하는 단원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게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과천시에도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2003년 6월 극단이 과천시민회관에 입주한 덕에 연습실과 공연장을 확보할 수 있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것이다.
민간극단이 공공 공연장에 입주한 첫 사레로, 일 년에 공연을 두차례 하면 입주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모시는 사람들'의 이런 사례는 이후 다른 공공극단의 운영모델이 됐다.
30년간 몸이 아플 때를 빼고는 극단 밖으로 나가지 않을 정도로 극단을 사랑한다는 김 대표는 최근 고민이 많다.
최근 SNS와 휴대폰의 세상에 빠진 관객들이 사람이 직접 들려주고 보여주는 연극에서 점차 멀어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금 사람들은 휴대폰 안에서만 모든 걸 소비하려고 한다.
이분들을 연극으로 모셔서 사람의 이야기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사람이 사람다움을 잃어버리지 않게 사람다움을 나타낼 수 있는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80여명 배우·50여개 작품이 자산…국내외 초청 공연 활발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연극을 통해 세상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사람다움을 추구하는 극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김정숙(60) 대표는 24일 사무실과 연습실이 있는 과천시민회관을 찾아온 기자에게 극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모시는 사람들'은 무대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현장 예술인 '연극'을 '모신다'는 의미다.
'모시는 사람들'은 1989년 김 대표가 29살 비교적 젊은 나이에 20여명의 단원으로 창단했으니 올해로 30주년이 됐다.
자주연극 운동을 목표로 한 동인제극단(연극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 출자, 공동 운영의 방식으로 이끌어가는 극단)이다.
극단 '에저또'에 22살에 들어가 6년간 연극을 배운 김 대표가 새로운 연극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 연극인들과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연극=배우예술'이라는 말처럼 '모시는 사람들'은 20여명의 많은 배우 인력풀을 기반으로 처음부터 규모 있는 작품을 해왔다.
창단 첫해 5월 4일 국립극장 야외무대에서 '반쪽이전'이라는 어린이 마당극을 초연했다.
팔·다리·얼굴을 반쪽만 갖고 태어난 아이가 편견과 차별 속에서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하려면 관심과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어린이극을 마당극으로 만든 신선한 도전 덕분인지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흥행에도 성공해 제작비 54만원을 공연수입만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모시는 사람들'이 다음 작품을 공연할 수 있게 만든 든든한 바탕이 됐다.
'모시는 사람들'은 어는 지역을 대표하는 극단이라기보다 전국 여기저기 초청을 받아 공연하는 전국구 극단으로 통한다.
그만큼 대표할 만한 작품이 많다는 얘기다.
모시는 사람들이 보유한 작품은 50여개. 극작을 전공한 김 대표가 거의 직접 만든 창작품이다.
대표작으로는 '강아지똥', '블루사이공', '오아시스세탁소 습격 사건', '쓰레기 꽃'을 꼽을 수 있다.
강아지똥은 김 대표가 존경하는 멘토인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그림동화를 각색한 아동극이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강아지똥이 자신의 몸을 희생해 거름이 되어 아름다운 민들레 꽃을 피운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을 비롯해 케냐, 싱가포르, 인도 5개 지역, 일본 등 해외에 여러 차례 초청된 인기작품이다.
2003년에는 세탁소에 맡겨진 각양각색의 옷을 소재로 다양한 소시민의 삶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을 선보여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은 5개 출판사의 국어 교과서에서 실렸다.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블루 사이공'은 1996년 초연에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대상·작품상·희곡상을 휩쓸며 창작 뮤지컬로는 드물게 호평받은 작품이다.
올해 극단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6월 28∼30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1월에는 어린이 환경연극 '쓰레기 꽃'이 2018 아시테지(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주최 어린이 연극제에서 대상·작곡상·연기상을 받았다.
'모시는 사람들'의 이런 작품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공연 중이다.
10월에만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 8회, '쓰레기 꽃' 4회 공연 일정이 잡혀있다.
'강아지똥'도 내년에 공연이 예약돼 있다.
보통의 극단이 1년에 한두 번 공연하는 것에 비춰보면 '모시는 사람들'은 공연 일정이 매우 많은 편이다.
김 대표는 '모시는 사람들'이 여러 작품을 오랫동안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비결이 온전히 배우에 있다고 강조했다.
'모시는 사람들'이 보유한 배우는 현재 80여명. 김 대표가 연초에 1년간의 공연 일정을 공지하면 배우들이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에 신청한다.
배우 인력풀이 풍부하다 보니 한 배우가 빠지더라도 다른 2∼3명의 배우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어 언제든지, 어디서든 퀄리티 있는 작품 공연이 가능하다.
80명의 배우 가운데 8명 정도는 김 대표가 극단을 창단할 때부터 함께 해 온 소중한 배우이자 동료들이다.
김 대표는 "연극은 배우예술이다.
배우만 있으면 가능한 게 연극이다"라며 "배우가 많은 것은 극단의 소중한 자산인데, 우리 극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배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풍부한 배우 덕에 수많은 작품을 계속 무대에 올릴 수 있다며 김 대표는 늘 배우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극단 배우들과 끈끈한 유대감도 자랑했다.
'모시는 사람들'에서 일하는 배우들은 누구 하나 개런티를 얼마 줄 거냐고 묻지 않는다고 했다.
극단과 배우가 '돈'으로만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올해 개관 기념작품으로 블루사이공을 공연한 후 9천만원의 손실이 났는데, 이 손실도 김 대표와 배우들이 함께 감당하며 갚아나가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배우들이 밥 사달라고 해서 만든 식사 자리에 나가 현금 300만원이 든 봉투를 받고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힘들게 극단을 운영하는 김 대표를 위해 각자 돈을 모아 "용돈 하시라"며 무심히 건넨 배우들의 마음이 정말 고마웠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그 어떤 상과 트로피보다도 값진 단원들의 사랑을 느꼈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보다 좋은 작품을 공연하려고 헌신하고, 극단 유지를 위해 희생하는 단원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게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과천시에도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2003년 6월 극단이 과천시민회관에 입주한 덕에 연습실과 공연장을 확보할 수 있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것이다.
민간극단이 공공 공연장에 입주한 첫 사레로, 일 년에 공연을 두차례 하면 입주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모시는 사람들'의 이런 사례는 이후 다른 공공극단의 운영모델이 됐다.
30년간 몸이 아플 때를 빼고는 극단 밖으로 나가지 않을 정도로 극단을 사랑한다는 김 대표는 최근 고민이 많다.
최근 SNS와 휴대폰의 세상에 빠진 관객들이 사람이 직접 들려주고 보여주는 연극에서 점차 멀어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금 사람들은 휴대폰 안에서만 모든 걸 소비하려고 한다.
이분들을 연극으로 모셔서 사람의 이야기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사람이 사람다움을 잃어버리지 않게 사람다움을 나타낼 수 있는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