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타이베이, 기찻길 옆 스펀에서 소원 실은 천등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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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기암괴석 가득 예류에서 여왕바위와 '찰칵'
폐광촌 진과스에서 그 옛날 금괴 만져보고
홍등 켜진 지우펀 거리에서 낭만을 즐기다
기암괴석 가득 예류에서 여왕바위와 '찰칵'
폐광촌 진과스에서 그 옛날 금괴 만져보고
홍등 켜진 지우펀 거리에서 낭만을 즐기다
내년 1월 11일에는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민진당은 차이잉원 현 총통을, 국민당은 한궈위 가오슝 시장을 후보로 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1일부터 중국인의 대만 여행을 자제시키고 있다. 선거 운동 기간 ‘하나의 중국’에 반대하는 민진당 정부에 상처를 주려는 의도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미어터질 것 같던 예스진지가 한결 한산하다. 짧은 시간에 핵심 볼거리를 섭렵할 수 있는 예스진지 버스투어를 따라 가을 타이베이 여행을 떠나보자.
기묘한 암석이 만든 환상 풍경 예류
가장 많은 것은 180여 개의 버섯바위. 동그란 갓에 잘 빠진 몸통이 송이버섯을 닮았다. 버섯바위의 틈으로 길을 이으면 기암괴석이 이룬 숲에 온 듯한 기묘한 착각이 든다. 버섯바위는 바위 층의 균열이 해수의 침식을 받아 세월을 보내고, 사암 중의 단단한 부분만 점차 노출되며 형성됐다. 세월을 품은 바람 또한 버섯바위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여왕의 머리라 불리는 뉘왕터우(女王頭)는 버섯바위이자 예류를 대표하는 바위다. 왕관을 쓴 가녀린 목의 여왕은 기품 있는 매력을 발한다. 예류를 찾은 여행자들은 여왕바위로 난 데크에 줄을 서서 기다려 기념사진을 남긴다.
핑시선 타고 스펀 천등 축제 속으로
‘스펀의 작은 집’이라는 뜻의 스펀랴오(十分寮)로도 알려진 이곳. 스펀역에 서면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를 저절로 알게 된다. 스펀역은 핑시선의 역 중에서 유일하게 복선 선로를 지닌 최대 규모의 역이다. 역 주변 스펀라오제에 자리한 집과 상점들은 역을 동경이라도 하듯 선로 가까이에 붙어 있다. 아슬아슬하게 집과 상점을 피해 선로를 달리는 기차 소리가 집 밖처럼 집 안에서도 똑같이 들릴 것만 같다. 집과 선로의 거리만큼 스펀에 터를 일군 아버지와 어머니의 생활은 기차와 떼려야 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진다.
버스와 기차가 토해낸 여행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철길 옆 천등 가게로 향한다. 매년 음력 정월 15일, 핑시선의 스펀과 핑시, 징퉁 일대에서는 천등 축제가 열린다. 건강과 사랑, 재물 등 각자의 소원을 적은 천등이 밤하늘을 날면 그야말로 장관이 펼쳐진다. 축제의 장관을 재현하기는 역부족이지만 스펀의 하늘은 1년 내내 천등이 수놓는다. 스펀라오제에서 파는 천등에 파도처럼 밀려온 여행자들은 소원을 적는다. 건강과 사랑 그리고 ‘로또 당첨(win the lottery)’. 국적은 달라도 소원은 같다. 천등의 가격은 단색이 150대만달러(약 5748원), 컬러가 200대만달러(약 7664원)다. 여러 명이 더불어 천등 하나를 날리는 걸 고려하면 정말 싸다. 천등 가게의 직원들은 소원을 적은 천등의 사면을 돌려가며 일일이 사진을 찍어준다.
박물관으로 거듭난 폐광촌 진과스
인파 가득한 홍등 거리 지우펀
대만에는 라오제(老街)라 불리는 옛 거리가 많다.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금광촌과 탄광촌의 상가로 조성된 거리다. 라오제의 고샅길을 따라서는 식당과 술집, 극장 등이 들어섰다. 광부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함이었다. 광부가 교사보다 수십 배의 임금을 받던 시절이었다.
지우펀라오제는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오제다. 밤이 되면 일본 나막신 게다를 신고 지우펀라오제를 활보하던 광부들의 자리를 지금은 여행자가 채우고 있다. 특히 분주한 시간은 일몰 무렵이다. 아메이(阿妹) 찻집의 홍등에 불이 들어온 풍경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몸을 부대끼며 라오제를 걷는다.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장소다.
타이베이=이진경 여행작가 jingy21@hanmail.net
여행정보
예스진지 버스투어는 대중교통으로는 하루에 보기 힘든 볼거리를 하루 만에 돌아볼 수 있어 인기다. 저렴한 가격은 덤.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을 차례대로 방문하는 버스투어가 기본 프로그램이며 스펀 폭포 혹은 고양이 마을 허우퉁을 포함한 프로그램이 있다. 와그, 클룩 등 여행 액티비티 플랫폼에서 손쉽게 예약할 수 있다. 식사 및 예류 입장료 80대만달러(약 3065원), 진과스 황금박물관 입장료 80대만달러는 불포함.
대만의 먹거리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스펀의 닭날개 구이는 버스 투어에서도 반드시 챙기는 인기 먹거리다. 스펀역 바로 앞에 있는 원조집의 닭날개 구이가 한국인 입맛에는 제격이다. 여러 재료를 넣은 닭 날개를 그릴에 구운 요리로 ‘김치 초두부 맛’과 ‘볶음밥 맛’이 있다. 진과스의 광부도시락도 인기있는 먹거리다. 갱에 들어가는 광부가 챙겼을 법한 비주얼의 도시락이자 진과스의 명물이다. 도시락을 시키면 도시락통과 도시락을 싸는 보자기, 젓가락까지 통째로 준다. 대만식 돼지갈비 덮밥과 음료로 구성되며, 도시락통이 포함되지 않은 도시락은 ‘대만 돼지갈비 밥’으로 판매한다.
후식으로는 지우펀의 땅콩 아이스크림이 인기 있다. 둥근 밀전병에 커다란 땅콩엿을 대패로 갈아 넣고 아이스크림을 얹어 만든다. 샹차이는 입맛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스펀에도 땅콩 아이스크림을 파는 집이 몇 군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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