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금융투자회사의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자본시장법의 모순된 규정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뒤늦게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이다.

자기자본 3兆 이상 증권사도 '해외계열사' 대출 뒤늦게 허용
기획재정부는 14일 금융·자동차·화학 등 분야 33건의 규제 개선안을 담은 ‘현장밀착형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자본시장법 34조에선 일반 금융투자업자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해외 계열사에 자금대여, 지급보증 등 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자본 3조원이 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는 정반대의 잣대가 적용된다. 자본시장법 77조를 보면 종투사는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해외법인에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런 모순된 규제는 실제 처벌사례로 이어지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초대형 IB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면서 해외에서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는 모순적인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자본 수출의 핵심 경쟁력은 현지에서 값싼 자금을 조달하는 것에 있는데 대형 증권사에는 신용공여를 금지하고 증자만 허용한다는 건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 개정 사항이어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연말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과거 내려진 제재가 번복될지도 미지수다.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은 NH투자증권의 인도네시아 법인(NH코린도)에 대한 지급보증을 문제 삼아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의결하면 제재가 최종 확정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와 과거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제재는 별개여서 증선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혁신 방안에는 화학물질 관련 심사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이 제출해야 할 공정안전보고서·장외영향평가서·위해관리계획서 등을 하나의 서류로 통합해 공동 심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수소차 충전소 허용 범위도 확대한다. 개발제한구역 안에 있는 주유소·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등의 부대시설로 수소충전소를 짓는 것을 허용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