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행된 지 100일째인 11일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무난하게 대응해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재정을 집행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수출규제가) 소재·부품·장비의 자립화와 국산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지난 100일간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무난히 대응했다’는 평가를 통해 우리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희박하게나마 가능성이 점쳐졌던 문 대통령의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은 불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일왕 즉위식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잇단 화해의 손길에도 일본 측이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문 대통령이 일본을 직접 찾지 않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측은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불참이 확실해지면서 ‘일본통’으로 알려진 이낙연 국무총리의 참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대통령과 총리가 아닌 다른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극일(克日)’ 의지와 함께 경제 상황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이 신속히 집행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1시간30분간 정례 보고를 받고 이같이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민간부문의 활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재정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게 정부의 기본 책무”라고 했다. 내년부터 300인 미만 기업에 확대 적용되는 주 52시간제도와 관련한 보완책도 지시했다. 홍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건전성은 견고하나 최근 거시경제 지표상 긍정적·부정적 지표가 혼재하는 만큼 확장적 재정정책 일환으로 올해 예산의 이용·불용 최소화를 통해 최대한 집행되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