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석 키움 감독의 관리야구, 가을 수확을 기다린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46) 감독의 '관리 야구'가 빛을 발할 시점이 찾아왔다.

장 감독이 이끄는 키움은 6일 오후 2시 안방인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5전 3승제) 1차전을 벌인다.

장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17년 69승 2무 73패(승률 0.486)로 5할 승률에 못 미쳤지만 2018년 75승(4위), 올해에는 86승(3위)을 거뒀다.

86승은 구단 역대 최다승이다.

초보 감독으로서 첫해 시행착오를 겪었을 뿐, 감독 계약 3년 동안 키움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끌었다.

장 감독은 사령탑 부임 이후 뚜렷한 철학을 내세우기보다는 구단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역할에 충실해 왔다.

또한 현장의 관리자로서 시즌 내내 '관리 야구'에 공을 들였다.

페넌트레이스 144경기 체제를 성공적으로 완주하려면 야수진과 투수진의 체력 안배가 필수지만 치열한 순위 싸움의 와중에 이를 지키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장 감독은 철저한 계획 속에 갑작스럽게 부상 선수가 등장하고, 눈앞의 성적을 밑지는 한이 있더라도 뚝심 있게 '관리 야구'를 밀어붙였다.

에이스 최원태는 올 시즌 27경기에 등판해 157⅓이닝을 던져 11승 5패에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2017년과 2018년, 두 시즌 연속 시즌 말미에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던 최원태는 올해에는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했다.

장 감독이 최원태가 건강하게 올 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경기마다 6이닝, 100구를 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결과다.

장 감독은 5월과 6월에는 최원태를 한 차례씩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해 충분한 휴식을 줬다.

그 결과 최원태는 후반기 10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1.99로 페이스를 완전히 끌어올린 상태에서 첫 가을야구 무대에 나선다.

불펜진 체력 안배도 장 감독이 공을 들인 대목이다.

장 감독은 시즌 내내 필승조와 추격조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불펜진을 골고루 활용했다.

키움 불펜진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김동준으로, 70이닝에 불과하다.

김동준이 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간 점을 고려하면 거의 혹사 없이 불펜진을 운영한 셈이다.

셋업맨 김상수는 67경기에서 56⅔이닝만 던지고 KBO리그 역대 처음으로 40홀드 대기록을 세웠다.

장 감독은 수비 부담이 높은 유격수 김하성을 3루수로 기용하는 등 야수진 역시 부상 관리와 체력 안배에 전력을 기울였다.

장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 두 번째 가을야구를 맞는다.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통해 한층 노련해진 장 감독은 무릎 수술로 전열에서 이탈한 외야수 임병욱을 제외하고는 거의 베스트 전력으로 가을야구 무대에 나선다.

뚜렷한 외부 영입 없이도, 그리고 혹사 없이도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걸 페넌트레이스에서 증명해낸 장 감독은 이제 대권을 향해 가을야구 첫걸음을 내디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