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외무 "美와의 시리아 내 '안전지대' 설치 협상 만족스럽지 못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미 도입을 시작한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S-400'과 함께 미국 방공미사일 '패트리엇'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터키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 참석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러시아제 방공미사일) S-400과 함께 패트리엇 미사일을 미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만일 터키의 생각이 그렇다면 이 문제를 논의해 보자"는 반응을 보였다고 에르도안은 소개했다.

에르도안은 그러면서 "방공미사일 시스템과 관련한 미국의 제안이 터키로 하여금 다른 길을 찾도록 강요해선 안 된다"며 미국과의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러시아제 무기 등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시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나토 동맹인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S-400 구매를 강행했으며, 이달 중순 2차분 인수를 마무리했다.

터키는 내년 4월까지 S-400 미사일을 모두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제 S-400 미사일 대신 자국산 패트리엇 미사일 구매를 종용해 왔던 미국은 터키의 러시아 미사일 도입에 대한 제재로 미국산 F-35 전투기의 터키 판매를 금지하고 전투기 공동 개발 국제프로그램에서 터키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뉴욕 유엔 총회 뒤 기자들에게 터키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내 접경지대에 '안전지대'(완충지대)를 설치하기 위한 미국과의 협상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터키는 시리아 내 접경 지역에 대규모 안전지대를 설치해 자국에 안보 위협을 가하는 쿠르드 민병대를 일정 거리까지 몰아내길 원하고 있으나 미국은 터키의 계획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는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도와 시리아의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앞장섰지만, 터키는 이 세력을 자국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여긴다.

터키는 미국과의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시리아 내 쿠르드 민병대 격퇴를 위한 독자 군사작전을 벌이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에르도안 "러 S-400, 美 패트리엇 동시 구매 뜻 트럼프에 전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