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25초영화제 시상식…눈길 끄는 출품작
독특한 설정에 박진감 넘쳐
일반부 우수상을 받은 양태욱 감독의 ‘Obese’는 화려한 영상미로 눈길을 끌었다. 영상은 미술관 로비처럼 보이는 곳에 여러 사람이 앉아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중 한 남성이 옆 테이블에 앉은 여성을 힐끔 쳐다본다. 살이 찐 여성의 앞엔 간식이 쌓여 있다. 남성은 왠지 마음에 안 드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영자 신문을 꺼내 읽는다. 갑자기 어디선가 음식 먹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남성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벌떡 일어나 옆에 있는 여성을 노려본다. 그런데 카메라에 잡힌 그 여성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 조용히 책을 보고 있을 뿐이다. 음식을 먹는 건 여성의 옆에 앉은 어린 소
일반부 장려상을 차지한 황대연 감독의 ‘치타’는 독특한 설정과 박진감 넘치는 영상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한 뚱뚱한 여성이 전화를 받으며 길을 걷고 있다. 이 모습을 한 남성이 눈여겨보더니 ‘Easy Target’이라고 속으로 외친다. 그러더니 재빨리 뛰어가 여성의 가방을 훔쳐 도망간다. 살이 쪄 잘 뛰지 못할 것으로 여긴 것이다. 하지만 여성은 비장한 표정을 짓더니 질주를 한다. 결국 여성은 남성을 곧장 쫓아와 그의 머리끄덩이를 움켜쥔다.
일반부 특별상을 받은 지효준 감독의 ‘변(병)명 사회적 비만’은 회사 생활을 하며 살이 찐 직장인의 모습을 담았다. 한 남성의 독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지만, 단조롭지 않고 유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성은 “매일 앉아서 일하니까 움직이는 게 손가락밖에 없어. 일찍 마치는 날은 회식이야. 밥만 먹어? 술도 마시잖아”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옆구리 살을 움켜잡더니 “이 놈의 살이 육체적인 비만이 아니야. 사회적 비만이야 사회적 비만”이라고 외친다.
일반부 장려상은 ‘오랜 너의 편’에서 훈훈한 반전을 선보인 송현석 감독이 받았다. 안산디자인문화고 김요엘 감독의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는 친구들끼리의 편견을 재치있게 풍자해 청소년부 우수상을 차지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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