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존슨, '셀프 불신임' 승부수 쓸 수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강행을 밀어붙이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취임 후 의회 표결에서 잇따라 패배한 데 이어 의회 정회 문제에 관한 소송에서도 패소하면서 강력한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24일(현지시간) 브렉시트를 앞두고 장기간 의회를 중지한 정부 조처가 '위법이며 무효'라는 대법원 결정이 나오자마자 존슨 총리를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이날 연례 전당대회 현장에서 대법원 결정을 본 코빈 대표는 즉시 연단에 올라 "존슨 총리는 국가를 잘못 인도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총선으로) 선출되지 않은 총리는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인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영상 성명을 통해 "보리스 존슨은 물러나야 한다, 그는 위법행위를 했다고 대법원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터전 수반은 "총리가 점잖고 품위 있게 사의를 밝히려 하지 않는다면, 의회가 힘을 합쳐 그를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SNP에 이어 의회 제4당인 자유민주당의 조 스윈슨 대표는 존슨 총리가 "총리로서 적합하지 않다"며 그의 사임을 촉구했다.
녹색당의 캐럴라인 루카스 의원도 "존슨은 나가고 의회는 업무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주의 성향의 브렉시트 당 나이절 패라지 대표도 존슨 총리가 25일 사의를 표명해야 하며 이는 "명예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보수당 정부 일각에서도 소수이지만 존슨 총리 퇴진론이 나온다고 국영 BBC 방송이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취임 후 브렉시트를 둘러싼 의회 표결과 법원 대결에서 모두 패배하며 궁지에 몰려, 갈수록 무거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존슨 총리는 그러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다음 달 말 브렉시트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취재진을 만난 존슨 총리는 자신이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 "아니, 아니, 안 물러나요"라며 맞장구를쳤다.
그는 이어 "중요한 건 10월 31일에 브렉시트를 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유엔 일정을 단축하고 이날 밤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 없는 브렉시트,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 방지법에 찬성표를 던져 출당된 데이비드 고크 전 법무장관은 BBC 프로그램에서, 존슨 총리가 위법 결정이 난 정회 조처에 관해 사과하는 것을 전제로 살아남으리라 관측했다.
영국 정치권과 언론은 존슨 총리가 스스로 불신임을 시도하는 자해적 방법으로 조기 총선으로 가는 돌파구를 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야당은 존슨 총리 정부에 대한 불신임 추진에 찬성하기 때문이다.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총리가 물러나고 의회는 14일간 새 정부를 구성하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코빈 노동당 대표에 대한 의회 내 반감을 고려하면 새 정부 구성 가능성은 작고, 자연히 조기총선 정국이 열리며 노 딜 브렉시트를 피할 수 없게 될 우려가 크다.
노동당도 이를 알기에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시한 연장을 하기 전에는 불신임안을 의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BBC는 전망했다.
존슨 총리는 이달 초에도 브렉시트 교착 국면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조기총선 추진한 바 있다.
그는 2차례나 조기총선 동의안을 의회에 상정했으나 범야권의 반대로 모두 부결처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