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아프리카인이라는 걸 배웠다"
"범죄의 진실은 밝히되 보복하지 않는 정책을 펼치는 게 놀랍다"
국민외교사절단 청년들 아프리카의 아픈 과거에서 미래를 찾다
"1994년 만델라의 대통령 당선으로 들어선 흑인 정권이 '용서와 화해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자행됐던 범죄의 진실은 밝히되 보복하지 않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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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돕는 교육 사회적 기업 플러스코프의 김인지 대표는 23일(현지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아파르트헤이트박물관을 관람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관람 코스 마지막에 '우리에게 남은 것은 미래다'라는 문구에서 이들의 '범아프리카주의'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김 대표 등 청년 16명은 지난 18일 앙골라에서 열린 '범아프리카평화포럼'에 참석했다.

또 공연 등 한국을 알리는 활동을 펼치면서 현지 청년들과 만나는 한편으로 앙골라 루안다에 있는 노예박물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아파르트헤이트박물관과 만델라 하우스 등을 둘러봤다.

루안다는 포르투갈 식민 지배 시절 대표적 노예 무역항이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공 백인 정부의 인종차별정책을 말한다.

이들의 일주일에 걸친 아프리카 방문은 한·아프리카재단 국민외교사절단 이름으로 진행됐다.

대학생 유나경 씨도 아픈 역사를 잊지 않으려 하면서도 또 과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에 감동했다는 소감을 김 대표와 함께했다.

"뜻밖에도 박물관을 찾는 이가 피해자였던 흑인보다 가해자였던 백인이 더 많았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피해자의 단결 못지않게 가해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프리카 역사를 보면서 우리를 생각했다는 소감을 말하는 청년들도 여럿이었다.

"수백 년간 자행된 노예 약탈과 불과 수십 년 전까지도 이어져 왔던 식민지 지배, 그리고 백인 정부의 극단적인 인종차별 등을 딛고 용서와 화합으로 나아가는 아프리카의 모습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를 엿봤다"(서울지방경찰청 김이진 경위)
국민외교사절단 청년들 아프리카의 아픈 과거에서 미래를 찾다

"근현대사에 많은 질곡이 있었고 일부는 과거사가 청산 안 된 상황이 우리와 닮았다.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아프리카의 '우분투' 정신으로 바라보면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도 해소될 거라 확신할 수 있었다"(강정운 초등학교 다문화·세계시민 교사)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아프리카인이라는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대학생 임민주)

국제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지구촌나눔운동 활동가 우승훈 씨는 아프리카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말했다.

"노예무역을 통해 아메리카와 유럽 등으로 팔려 간 아프리카인이 1천500여만명에 이르고 이 중 6분의 1이 항해 도중, 3분의 1이 노예로 길들이는 동안 목숨을 잃었다는 기록을 보니 유럽과 북미의 발전은 아프리카인의 시체 위에서 이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지금까지도 식민 종주국들의 경제적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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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외교사절단 청년들 아프리카의 아픈 과거에서 미래를 찾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