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 3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임상시험을 수행한 25개 기관 중 세 곳 이상에서 약물 혼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24일 밝혔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사진)는 이날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빌딩에서 설명회를 열고 “임상 환자 500명 가운데 위약군에서 기준치 이상의 약물 유전자가 검출된 환자 20명과 약물군에서 약물 유전자가 전혀 감지되지 않은 환자 19명을 확인했다”며 “위약군에 약물을, 약물군에 위약을 주사한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임상수행기관은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요구하는 임상시험관리기준(GCP)에 따라 임상시험을 진행한 경험이 풍부한 곳”이라고 했다. 또 “임상 수행을 맡은 임상시험수탁기관(CRO)도 통증 관련 임상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곳”이라며 “CRO를 통해 임상수행기관들을 관리했다”고 했다.

과실을 일으킨 주체가 CRO인지, 임상수행기관인지 아직 특정할 수 없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그는 “지난 20일 조사단을 꾸리고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해 올해 안에 완료할 것”이라며 “책임자는 확실히 찾을 수 있으며 현재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임상 관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관리가 엄격한 임상에서 약물을 잘못 투여하는 것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임상에서 약물 혼용이 발생할 확률은 1~2%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CRO가 본연의 업무를 태만히 했고 헬릭스미스도 CRO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헬릭스미스는 후속 임상을 내년 1월 시작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향후 피험자 150~200명이 참여하는 임상 2~3개를 추가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후속 임상 결과를 분석한 뒤 추가 임상을 실시하고 2022년 2월께 판매 허가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 관리를 위해 임상수행기관에 직원을 수시로 보내거나 상주시킬 계획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