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지역경제 활성화"…첫 도입 대덕구 "소비 서·유성구에 몰릴 것"
전문가 "지자체가 지역 화폐 발행하는 데 대한 문제의식도 가져야"
'너도 하니' 지역 화폐 뛰어든 대전시…취지 제대로 살릴까
대전시가 지역화폐 발행에 나서면서 소비가 기존 유성구·서구에 몰리는 현상이 반복하거나 지역 화폐 본연의 기능이 무색해지는 선심성 행정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 7월 2천500억원 규모의 지역 화폐를 발행하기로 결정하고 발행 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침체한 지역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지역화폐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와 프랜차이즈 직영점서는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없다 보니, 지역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경기, 인천, 부산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가 최근 잇따라 지역 화폐를 도입하는 점도 시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대전은 자금의 역외유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일선 자치구 가운데 인구와 재정 규모가 가장 작은 대덕구에서 이미 지역 화폐를 도입한 상태라 시 주도의 지역 화폐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대덕구는 시가 지역 화폐를 발행하면 소비가 기존 서구와 유성구로 몰리는 현상이 반복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덕구 관계자는 "지역화폐는 자금 역외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하는 것인데 대전시 전체 각종 지표상으로 보면 자금은 오히려 유입되고 있다"며 "시가 지역 화폐를 발행하면 대덕구의 자금은 빠져나가고 서구와 유성구에 몰리는 현상이 굳어지고 경제 양극화를 해결하려는 우리 구의 노력이 수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에서 민간 주도 지역 화폐를 추진해 온 김성훈 사회적경제대전플랜 상임대표도 "시 단위에서 지역 화폐를 시행하면 돈의 흐름이 또다시 더 강한 경제 쪽으로 빨려 들어가 기초단위 자립경제를 만들어간다는 지역 화폐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시는 자치구가 발행하는 지역화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거나 각종 복지 수당을 지역화폐로 발행하는 정도를 하는 게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너도 하니' 지역 화폐 뛰어든 대전시…취지 제대로 살릴까
자치단체가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것 자체에 문제의식을 가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원래 지역화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부조하는 취지와 의식으로 민간에서 시작됐다"며 "우리나라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서 세금을 들여 최대 10% 할인이라는 강력한 인센티브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데, 세금을 거기에 써야하느냐 하는 의문과 나중에 예산이 없어 중단될 수도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시와 일부 자치구에서 지역화폐를 도입한 인천에서는 기초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캐시백 규모를 늘리며 주민에게 선심 행정을 펼쳐 지역화폐 도입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인천의 일부 자치구는 재정 부담으로 캐시백 혜택을 대폭 줄이기도 했다.

박경 목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데 장점이 있고 이 자체를 잘못됐다거나 나쁘다 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전시나 대덕구 등이 지역화폐를 대규모로, 사실상 상품권 방식으로 유통하게 되면 지역화폐 본연의 협동과 공생이라는 취지를 시민이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이 지역화폐를 그저 상품권으로 받아들인다면 장기적으로 지역화폐 본연의 개념이 정착하지 못 할 수 있다"며 "지역화폐 취지에 맞춰 시민의 넓은 공유의식과 참여 의식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는 이날 열리는 시·구 협의회에서 지역화폐 발행에 대한 자치구의 입장을 들어볼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지역 화폐 발행에 대한 여러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이미 발행 중인 대덕e로움과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