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미국과 대한민국은 동맹 국가가 아니라는 발언을 했어", "다른 이슈를 덮으려고 연예인 열애설을 터트리는 거야. 제발 우리나라에 관심을 가져"
지난달 페이스북에 '우리나라 망하겠다, 진짜. 공유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의 내용이다.
게시물은 800회가량 공유되었고 댓글은 5천800여개가 달렸다.
게시물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은 명확한 사실을 왜곡한 허위·조작 정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우리와 동맹이 아니라고 했다는 주장이나 국민연금으로 구멍 난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내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중학생 딸이 이 게시물을 접한 뒤 진위를 판단할 수 없어 혼란스러워했다는 글을 쓴 페이스북 이용자 'hanhu******'는 "10대에도 가짜뉴스가 퍼진다.
비판적 읽기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글에는 "(해당 게시물은) 10대용 가짜뉴스다" "제 아이도 저 글을 보여주더라"라는 동조 댓글이 달렸다.
1인 미디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10대들이 허위정보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KT그룹의 디지털미디어랩 나스미디어가 지난 5월 발표한 '2019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10대들은 유튜브 시청에 하루 120분 이상을 썼다.
유튜브는 개인이 하나의 미디어가 되어 뉴스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 제대로 된 정보와 가짜뉴스 등이 검증 절차 없이 뒤섞여 유통된다는 점에서 청소년이 잘못된 정보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정훈 교수는 "요즘 10대들은 각자 원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본다.
이에 따라 확증 편향이 심해지고 궁극적으로는 허위정보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6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10대 청소년이 온라인상에서 미디어 정보를 어떻게 수용하는지 연구한 보고서는 10대들이 허위·조작 정보를 제대로 판별해내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많은 학생이 뉴스의 출처보다 기사의 길이와 사진 등을 근거로 뉴스의 신뢰도를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주도한 샘 와인버그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학생층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은 사실과 달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허위정보에 취약한 10대를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 관계자는 "가짜뉴스를 규제하자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면서 "허위 정보나 혐오 표현 등을 청소년이 직접 적절하지 않다고 인지하고 판별해내는 능력을 갖추는 게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산 북구에 있는 백양중학교는 자체적으로 미디어 교육을 진행한다.
학생이 스스로 허위정보를 가려내며 사실확인을 하는 미디어 팩트체크 프로그램 '체커톤'을 진행했던 최연주 교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학생들은 성인과 달리 배경지식은 적은 반면 정보를 빠르게 흡수한다"며 "실제 수업을 해보니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훈련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등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미디어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를 키워내고 교육을 요청한 학교에 파견한다.
미디어팀 오수정 팀장은 "미디어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현재는 일부 학생에게만 제공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공교육 분야에서 모든 교사와 학생이 미디어 교육을 받게끔 교육부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