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누신·폼페이오, 정상회담 여지 두면서도 '최대압박' 유지 의사밝혀
대화 기대감 고조에도 美, 이란 무장세력 등 15개 개인·단체 제재

북한,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의 대응에 있어 초강경 노선을 고수하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0일(현지시간) 전격 경질되자 미국과 이란의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때마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볼턴 보좌관의 퇴장 소식이 전해진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날 준비가 됐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AFP통신에 따르면 므누신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미-이란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대통령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만날 뜻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폼페이오 장관도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로하니 대통령과 만날 수도 있느냐는 물음에 "당연하다"고 답해 양국 정상의 회동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두 인사의 이러한 발언은 볼턴 보좌관이 경질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로하니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이란은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다만 볼턴 보좌관의 경질이 곧바로 대(對)이란 유화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과 므누신 장관은 양국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미국이 이란 압박 정책의 수위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므누신 장관은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나는 우리의 '최대 압박 정책'(maximum pressure campaign)에 있어서 완전히 의견이 같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트위터에 "이란 정권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대로 협력하지 않아 미신고 핵물질 또는 핵활동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면서 "세계가 속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이란 정권이 핵무기 (소유)로 가는 길을 모두 허락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려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이 같은 발언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주장에 동조한 것이라고 AFP는 해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중부 아바데에서 핵무기 개발 시설이 새로 포착됐다며 관련 위성사진을 공개하고, 미국에 이란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란을 실존하는 위협으로 간주하는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이란의 정상회담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또 축출된 볼턴 보좌관 외에 미 의회에는 이란에 대한 압박 완화를 경계하는 '매파' 의원들이 적지 않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미국의 대이란 대응을 완화하면 유럽이 이란 현 정권에 '경제적 생명선'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는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므누신 장관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그 누구보다 이란에 더 많은 제재를 했으며 이는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므누신 장관이 참석한 백악관 회견은 대테러 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극단주의 무장조직 알카에다, 수니파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이란 혁명수비대 등과 관련된 조직 지도자와 개인 9명과 6개 단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인 쿠드스 부대가 소유한 레바논 업체의 팔레스타인 사무실에 배치돼 하마스 활동을 지원한 쿠드스 부대 소속 당국자 무함마드 사이드 이자디와 터키에서 하마스의 재무를 담당해 온 자헤르 자바린 등이 포함됐다.

또, 브라질에서 활동 중인 알카에다 조직원과 IS 아프가니스탄 지부를 위해 대원을 모집한 몰디브 국적자, 필리핀내 IS 추종세력의 정보원 등도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된 개인이나 기업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인이 이들과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