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 톡]中, 짙어지는 '디플레이션' 그림자…8월 생산자물가 -0.8%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디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작년 같은 달보다 0.8% 하락했다고 10일 발표했습니다. 시장이 예상한 하락 폭(0.9%)보다는 작았지만 7월 수치(-0.3%)를 크게 밑돈 것입니다. 중국의 월별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6년 8월 이후 지난 7월이 처음이었는데요. 8월 들어 하락 폭이 더욱 커진 겁니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제조업 활력과 관련된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인데요. PPI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면 통상 디플레이션 전조로 해석합니다. PPI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가 실제로 느끼는 물건 값을 반영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요.

중국의 월간 P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까지 줄곧 4%대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방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작년 7월부터 내리막 길을 걸었는데요. 올해 1월까지 7개월 연속 둔화했습니다. 이후 3월과 4월 반짝 반등했지만 5월부터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본격화하는 중국의 PPI 부진이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에 따른 중국 안팎의 수요 부진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선 2012년 3월부터 2016년 8월까지 54개월 연속 P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장기 디플레이션 국면이 이어진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기 하강 국면에서 나타나는 디플레이션은 산업생산 감소와 실업 증가로 이어지면서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이날 함께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상승했습니다. 2.6% 오를 것이란 시장 예상을 웃돈 것이자 7월 상승률과 같은 수치입니다. 중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관리 목표인 3%에 근접해 중국 당국의 소비자물가 관리에도 부담이 커진 모습입니다. 중국의 월간 CPI 상승률은 1∼2월까지만 해도 1%대의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3월부터 2%대를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보여왔습니다.

구체적으로 8월 식품류 물가가 10% 뛰어 전달 상승 폭보다 0.9%포인트 확대됐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여파로 중국의 사육돼지 수가 감소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7% 급등했습니다. 전달에 비해서도 19.7%포인트 오른 겁니다. 과일 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24%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무역전쟁 격화로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라며 “중국 정부의 추가 부양책 압력이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