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감독, 면접 과정서 과거 폭행 사례 고백했으나 '역량' 고려해 선임
"페드로스 감독 접촉 병행은 사실 아니야…'2순위' 대상자와 협상할 것"
김판곤 위원장 "최인철 감독 의혹, 더 파고들지 못한 점 사과"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뽑힌 최인철 감독이 '폭행·폭언 의혹'으로 조기 사퇴한 데 대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사과했다.

김판곤 위원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최 감독의 선임 과정을 설명하고 "위원회에 주신 권한과 책임에 대해 좋은 결과로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올해 프랑스 여자 월드컵을 끝으로 사퇴한 윤덕여 전 감독의 후임으로 지난달 말 낙점됐지만, 과거 대표팀과 현재 소속팀인 WK리그 인천 현대제철에서 선수들에게 여러 차례 폭언이나 폭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9일 물러났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위원회는 윤 전 감독 후임으로 국내 감독을 우선순위로 염두에 두고 총 7명의 후보를 추렸다.

국내 감독 3명, 외국 감독 4명 중 1순위가 최 감독이었다.

김 위원장은 "최 감독의 강한 카리스마, 강성 이미지가 약점이라는 것 알고 있어서 평판을 들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만나본 선수들의 경우 피드백이 좋았다.

감독에게도 그런 부분을 가장 먼저 물어봤다"고 말했다.

김판곤 위원장 "최인철 감독 의혹, 더 파고들지 못한 점 사과"
이 과정에서 최 감독이 현대제철을 지도하는 기간 한 선수의 머리를 친 적이 있었다는 걸 먼저 얘기했다는 게 김 위원장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최 감독이 반성하며 선수에게 사과했고, 이후에 많은 도움을 줬다더라. 그런 계기로 성숙하고 성장했다고 얘기하기에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안과 관련해 위원회는 최 감독의 말만 들었을 뿐, 해당 선수에게 추가 확인 과정은 거치지 않았다.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는 부분에서 감독의 진술에만 의존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역량에서 (다른 후보와) 차이가 커서 (최 감독으로) 결정을 하되,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해지할 장치를 계약서에 마련하고 맡기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취임 이후 다른 피해자들의 폭로도 나오면서 결국 조기 하차로 귀결됐다.

김 위원장은 "더 의심하고 파고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점이 소홀했다면 사과드리겠다"면서 "도덕적 부분 등에서 예전보다 기준이 많이 높아진 만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판곤 위원장 "최인철 감독 의혹, 더 파고들지 못한 점 사과"
인사 검증에 구멍을 드러낸 만큼 감독 선임소위원회에 여자 축구 전문가를 강화하거나, 여자 대표팀 지도자 선발 과정에선 대표팀 매니저 등 선수들과 더 밀접한 관계자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등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10년, 20년 전 일을 판다고 하면 누가 자유로울 수 있겠나.

어떤 국내 지도자를 뽑을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면서도 "시대의 요구에 맞게 저희가 더 계몽,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감독 선임에 대해 김 위원장은 최 감독에 이은 '2순위' 협상 대상자와 협상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언론을 통해 접촉설이 제기된 레이날드 페드로스 전 올랭피크 리옹 여자팀 감독에 대해선 "처음 7명의 인터뷰 대상에 포함돼 직접 만난 것이 뒤늦게 전해진 것 같다"며 현재 접촉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2순위' 대상자와 관련해선 "남성 감독"이라고만 밝혔을 뿐, 국내 또는 외국인 여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