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는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칼퇴근 제도’를 도입했다. 임직원이 소통할 수 있는 이벤트도 수시로 열고 있다. 또 복리후생 제도를 큰 폭으로 늘렸다. 그런데도 바뀌는 건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회사는 ‘일’하는 곳이고, 기업문화 개선은 ‘일을 더욱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많은 기업이 이 원칙을 놓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두산과 티몬, 마이크로소프트, 현대카드 등 4개 회사의 기업문화 개선작업을 분석해 9일 내놓은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6가지 키워드’ 보고서에서다.

대한상의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문화 변화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열의는 높지만 대개 복지 확충이나 일회성 이벤트에 그쳐 뚜렷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문화 개선에 성공한 기업들은 ‘일이 되게’ 하는 회사를 만든다는 목표에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①원칙을 재정비하고 ②일관되고 지속적인 메시지를 제공하며 ③본질과 핵심에 집중하는 동시에 ④디지털 기술로의 변화를 촉진하면서 ⑤기업문화팀을 조력자로 두고 ⑥리더십으로 완성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원칙을 재정비하는 데 성공한 기업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꼽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시장 침체와 모바일시장 진입 실패 등으로 ‘몰락한 공룡’으로 불렸던 기업이다. 2014년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사티아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끊임없이 학습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임직원은 ‘실패하더라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원칙을 공유했고, 그런 뒤부터 혁신적인 도전을 꺼리지 않았다고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작년 말 마이크로소프트는 16년 만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본질과 핵심에 집중한 사례로는 불필요한 보고와 파워포인트(PPT) 보고서를 없앤 티몬과 현대카드가 소개됐다. 티몬은 이메일을 보낼 때 인사말을 넣지 않는 원칙을 세웠다. 이를 어기면 답신하지 않도록 했다. 현대카드는 PPT 대신 간략한 워드 파일로 내부 보고를 하도록 했다. 아예 회사 내 PC에 PPT 프로그램을 삭제했고, PPT로 보고한 부서가 있으면 업무운영비를 삭감하는 극약처방까지 내렸다. 두 회사 관계자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드는 시간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평가했다.

두산그룹은 리더부터 변화를 시도하는 사례로 꼽혔다. 두산은 2012년 경영철학과 일하는 방식을 명문화한 ‘크레도’를 만들었다. 이후 그룹의 주요 리더는 2박3일 동안 워크숍을 하고, 크레도에 관한 ‘끝장 토론’을 했다. 그룹 내 리더들이 크레도 구현을 위해 놓친 게 없는지 점검하는 자리도 수시로 마련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