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상품성 좋은 우럭들인데…" 쑥대밭 된 흑산도 양식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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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링링' 길목에서 직격탄, 전복·우럭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어
피해 적은 완도에서도 "바닷속 양식장 피해 아직 몰라" 근심 "흑산에서 지낸 35년 동안 이렇게 심한 태풍은 처음이었어요.
"
8일 오후 제13호 태풍 '링링'이 휩쓸고 간 전남 신안군 흑산도 인근 양식장들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순간 최대 풍속 54.4m로 역대 2번째 강한 바람을 몰고 왔던 이번 태풍은 흑산도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양식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엿가락처럼 휘어져 바다에 잠기거나 시설을 고정하는 앵커가 떨어져 나간 가두리가 해안가까지 떠내려왔다.
망가진 양식장에서 주로 키우던 전복과 우럭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이런 상태라면 멀쩡해 보이는 양식장 가두리도 바닷속 그물이 찢어졌거나 이로 인한 수산물 유실 가능성이 크다.
태풍이 지난 뒤 이날 오전 흑산면 대물도에 있는 자신의 우럭 양식장을 확인하러 간 김정혁(53) 씨는 이러한 모습을 보고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고 그나마 복구를 할 수 있는 곳에 임시조치를 시작했지만, 순간순간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김씨의 경우 80칸짜리 양식장 가운데 8칸이 완전히 망가졌다.
다른 곳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멀쩡해 보이는 가두리 그물 하나를 들어 올렸더니 살아있는 우럭이 보였다.
하지만 거친 파도에 시달린 탓에 상당수가 비닐이 벗겨진 상태였다.
그는 "비닐이 벗겨진 우럭들은 2~3일 지나면 폐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살아있어도 생물로 보긴 어렵다고"고 한숨을 쉬었다.
출하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상품성 좋은 우럭들이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게 남았다.
대물도 바로 옆에 있는 장도에서는 양식업을 하는 226개 어가 가운에 80% 가까이 피해를 보았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김씨는 "이번 태풍처럼 심한 태풍은 살다 살다 처음"이라며 "명절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명절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씁쓸해했다.
태풍 피해 사실을 전해 들은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인 서삼석 의원과 박우량 신안군수 등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흑산도를 둘러보고 피해 어민들을 위로하며 "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태풍 피해가 비교적 크지 않았던 완도 양식장 어민들 역시 아직 안심하긴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전 전복 양식으로 유명한 전남 완도군 망남리 앞바다는 언제 태풍이 지나갔냐는 듯 잠잠했다.
마을에서 맨눈으로 보이는 가두리 양식장은 반듯한 모습으로 바다 위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큰 피해를 봤던 망남리 어민들은 볼라벤과 진로와 강도가 닮은 꼴인 제13호 태풍 '링링'의 소식에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뒤바람까지 잠잠해진 이 날 꼭두새벽부터 양식장에 나가본 어민들은 우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양식장 시설이 서로 부딪쳐 깨지는 등 경미한 손상을 제외하면 겉으로 보기엔 큰 피해가 나지 않았다.
피해가 크지 않았던 건 바람 세기와 비교해 파도가 높지 않았고, 태풍이 한자리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양식장을 둘러보고 온 어민 임일남(73) 씨는 "예전처럼 양식장이 부서져 해안으로 떠밀려오는 등 큰 피해는 없었고 동네에서도 그런 피해를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며 "태풍의 위력이나 크기에 비하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더라도 바다에 잠겨있는 양식장 그물이 찢어지거나 파손됐을 가능성이 있어 어민들은 걱정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물을 하나씩 들어 올려 확인해야 하므로 정확한 피해를 파악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사이 전복이 죽거나 유실되는 등 피해 규모가 늘어날 수 있어 어민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임씨는 "피해가 전혀 없다고 하긴 어렵다"며 "자연을 이길 수는 없겠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말했다.
양식장도 문제지만 전복의 먹이가 되는 다시마가 태풍에 모두 떠내려간 것도 걱정거리다.
어민들은 "전복은 먹이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들은 지자체와 보험사 등에 실사 요청을 통해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피해 적은 완도에서도 "바닷속 양식장 피해 아직 몰라" 근심 "흑산에서 지낸 35년 동안 이렇게 심한 태풍은 처음이었어요.
"
8일 오후 제13호 태풍 '링링'이 휩쓸고 간 전남 신안군 흑산도 인근 양식장들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순간 최대 풍속 54.4m로 역대 2번째 강한 바람을 몰고 왔던 이번 태풍은 흑산도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양식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엿가락처럼 휘어져 바다에 잠기거나 시설을 고정하는 앵커가 떨어져 나간 가두리가 해안가까지 떠내려왔다.
망가진 양식장에서 주로 키우던 전복과 우럭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이런 상태라면 멀쩡해 보이는 양식장 가두리도 바닷속 그물이 찢어졌거나 이로 인한 수산물 유실 가능성이 크다.
태풍이 지난 뒤 이날 오전 흑산면 대물도에 있는 자신의 우럭 양식장을 확인하러 간 김정혁(53) 씨는 이러한 모습을 보고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고 그나마 복구를 할 수 있는 곳에 임시조치를 시작했지만, 순간순간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김씨의 경우 80칸짜리 양식장 가운데 8칸이 완전히 망가졌다.
다른 곳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멀쩡해 보이는 가두리 그물 하나를 들어 올렸더니 살아있는 우럭이 보였다.
하지만 거친 파도에 시달린 탓에 상당수가 비닐이 벗겨진 상태였다.
그는 "비닐이 벗겨진 우럭들은 2~3일 지나면 폐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살아있어도 생물로 보긴 어렵다고"고 한숨을 쉬었다.
출하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상품성 좋은 우럭들이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게 남았다.
대물도 바로 옆에 있는 장도에서는 양식업을 하는 226개 어가 가운에 80% 가까이 피해를 보았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김씨는 "이번 태풍처럼 심한 태풍은 살다 살다 처음"이라며 "명절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명절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씁쓸해했다.
태풍 피해 사실을 전해 들은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인 서삼석 의원과 박우량 신안군수 등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흑산도를 둘러보고 피해 어민들을 위로하며 "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태풍 피해가 비교적 크지 않았던 완도 양식장 어민들 역시 아직 안심하긴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전 전복 양식으로 유명한 전남 완도군 망남리 앞바다는 언제 태풍이 지나갔냐는 듯 잠잠했다.
마을에서 맨눈으로 보이는 가두리 양식장은 반듯한 모습으로 바다 위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큰 피해를 봤던 망남리 어민들은 볼라벤과 진로와 강도가 닮은 꼴인 제13호 태풍 '링링'의 소식에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뒤바람까지 잠잠해진 이 날 꼭두새벽부터 양식장에 나가본 어민들은 우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양식장 시설이 서로 부딪쳐 깨지는 등 경미한 손상을 제외하면 겉으로 보기엔 큰 피해가 나지 않았다.
피해가 크지 않았던 건 바람 세기와 비교해 파도가 높지 않았고, 태풍이 한자리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양식장을 둘러보고 온 어민 임일남(73) 씨는 "예전처럼 양식장이 부서져 해안으로 떠밀려오는 등 큰 피해는 없었고 동네에서도 그런 피해를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며 "태풍의 위력이나 크기에 비하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더라도 바다에 잠겨있는 양식장 그물이 찢어지거나 파손됐을 가능성이 있어 어민들은 걱정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물을 하나씩 들어 올려 확인해야 하므로 정확한 피해를 파악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사이 전복이 죽거나 유실되는 등 피해 규모가 늘어날 수 있어 어민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임씨는 "피해가 전혀 없다고 하긴 어렵다"며 "자연을 이길 수는 없겠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말했다.
양식장도 문제지만 전복의 먹이가 되는 다시마가 태풍에 모두 떠내려간 것도 걱정거리다.
어민들은 "전복은 먹이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들은 지자체와 보험사 등에 실사 요청을 통해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