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윌리엄스 편…US오픈 2년 연속 "미안하다" 우승 소감
"아마 윌리엄스가 우승하는 모습을 기대하셨을 텐데, 이겨서 죄송합니다.

"
US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2년 연속 여자 단식 우승자가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 결승전 세리나 윌리엄스(8위·미국)와 비앙카 안드레스쿠(15위·캐나다)의 경기는 안드레스쿠의 2-0(6-3 7-5) 승리로 끝났다.

우승을 차지한 안드레스쿠는 코트 위 인터뷰에서 "2세트 5-1로 앞서다가 5-5 동점을 허용했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관중들"이라고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1세트를 내주고 2세트에서도 1-5로 끌려가던 윌리엄스가 5-5까지 따라붙는 과정에서 2만 3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서 애시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팬들은 일방적으로 윌리엄스를 응원했다.

테니스에서는 상대 선수라고 하더라도 공격 성공이 아닌 실수로 포인트가 나왔을 때는 박수를 보내지 않는 것이 관전 에티켓이지만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2000년생으로 아직 만 20세도 되지 않은 안드레스쿠로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팬들은 윌리엄스 편…US오픈 2년 연속 "미안하다" 우승 소감
이날 팬들이 윌리엄스를 열성적으로 응원한 것은 윌리엄스에게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터다.

올해 38세인 윌리엄스는 이날 이겼더라면 24번째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 마거릿 코트(은퇴·호주)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또 US오픈 통산 최다승(102승),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US오픈 여자 단식 최다 우승(7회)의 기록을 세우며 현재 101승과 6회 우승으로 공동 1위인 크리스 에버트(은퇴·미국)를 따돌릴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2017년 9월에 낳은 딸에게 처음으로 엄마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결승에서도 윌리엄스를 꺾은 오사카 나오미(1위·일본)가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장면이 있었다.

당시에는 윌리엄스가 경기 도중 주심과 판정 시비가 붙었고 게임 페널티까지 받는 등 논란이 불거진 탓이 컸다.

팬들은 그때도 주심보다 윌리엄스 편을 들었는데 시상식이 시작되고 나서도 한동안 야유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마이크를 잡은 오사카는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고도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내야 했다.

팬들은 윌리엄스 편…US오픈 2년 연속 "미안하다" 우승 소감
이날 안드레스쿠는 관중들의 응원 분위기가 힘들었다면서도 "윌리엄스를 이겨서 죄송하다.

상대 서브가 2세트 후반부터 좋아져서 끝까지 쉽지 않은 경기를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인 윌리엄스를 상대로 결승전을 치러 꿈이 이뤄졌다"고 예의를 표하며 "아직 19살이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긴 여정이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 기세를 이어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윌리엄스는 "마지막 2세트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팬 여러분들의 응원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출산 후 지난해 상반기에 코트에 복귀, 네 차례 메이저 대회 결승에 진출했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친 윌리엄스는 "업 앤 다운, 다운, 다운, 다운이 이어지고 있지만 다시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2020년을 기약했다.

결승전을 마친 소감을 이야기할 때도 팬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는 윌리엄스 쪽이 훨씬 더 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