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밭에 나가 보기도 무섭네요.
"
제13호 태풍 '링링'이 몰아친 7일 오전 충남 예산군 신암면 이재수 씨의 사과밭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아직 익지 않은 후지 사과가 바닥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나뭇가지도 군데군데 부러져 있었다.
이씨는 "그저께 읍내 70∼80대 할머니들을 동원해 추석에 쓰는 '홍로'는 많이 딴 덕분에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며 "11월 초에 수확하는 '후지'는 초토화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방풍망도 치고, 지지대도 설치했지만, 태풍은 인력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일 년 내내 지은 농사가 하루아침에 허물어지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신암면에서 1㏊ 규모 사과 농원을 운영하는 송기석 씨는 "홍로같은 경우 3분의 1가량은 수확하지 못했는데, 이번 강풍에 피해를 많이 봤다"며 "바람이 심한 쪽은 30% 이상이 사과가 떨어진 데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후 직산읍 석곡리 배 과수원에서 만난 최예천 씨는 "땀 흘려 키운 배가 강풍에 떨어져 상품 가치가 없어졌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최씨의 농원 배나무 밑에는 봉지가 씌워진 어른 주먹만한 배가 나뒹굴고 있었다.
어림잡아 20% 정도의 배가 떨어진 것 같았다.
천안배작목회 이양구 회장은 "추석 물품은 출하를 끝냈지만, 저장용 수확을 앞두고 이런 피해를 봤다"며 "떨어진 배는 깨지거나 얼 먹어서 쉽게 썩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떨어져 주스용으로밖에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는 이날 오후 태풍이 충남 서해안을 지나면서 최대 시속 83㎞의 강풍이 불었다.
해당 각 지자체는 바람이 잦아들면 비상 근무 중인 공무원을 현장에 보내 피해 규모를 파악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