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링링으로 곡물 피해 우려…식량난 주시해야"
전 UNDP평양소장 "상주 유엔직원 축소는 제재불만·통제 목적"
북한이 상주 유엔 기구 직원들의 수를 축소하려는 것은 제재에 대한 불만과 국제기구들의 자국내 활동을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이 주장했다.

소바쥬 전 소장은 7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시작된 이래 북한 정부는 항상 유엔과 국제기구 직원들의 규모를 제한하려 시도했다"며 "상주 직원의 수가 많아지고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 통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북한이 유엔 기구들의 요구 조건에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며 유엔 기구들의 인도적 지원은 대상을 취약한 주민으로 특정하는 반면 "북한 정부는 지원이 평양에 집중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 당국은 제재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며 "그래서 유엔 직원 축소 이유를, 적대 세력이 유엔 원조를 정치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UNDP평양소장 "상주 유엔직원 축소는 제재불만·통제 목적"
이어 "북한에 상주하면서 깨달은 게 있는데, 북한 정권은 항상 주민의 민생과 복지보다 정권의 안보를 중심에 내세운다는 것"이라며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핵무기라 믿고, 그래서 그 핵무기 때문에 받는 제재를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유엔 기구들의 활동 확대도 안보와 결부시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안타까운 것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 항상 변동이 심한 정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과 국제사회의 관계가 좋으면 지원이 순조롭다가도 악화하면 모든 상황이 빡빡해지고 문이 닫히는데, 이런 결정으로 주민들만 더 고통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13호 태풍 '링링'이 북한에 큰 타격을 주지 않길 바라지만 반대의 상황이 발생하면 식량난을 주시해야 한다"며 봄 가뭄에 더해 이번에 많은 곡식이 물에 잠기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김창민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 국장은 지난달 21일 유엔 당국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적대 세력에 의해 유엔 원조가 정치화한 탓에 유엔의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들이 소기의 결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며 연말까지 상주 유엔 기구의 직원 수를 줄일 것을 요구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지난 5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현시점에서 북측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