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주사실·방사선치료실 등 업무 차질…외래진료 절반으로 '뚝'
임금인상·인력충원 등 놓고 노사 대치…파업철회 청원에 1천300여명 동의

국립암센터가 2001년 개원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 사태를 맞았다.

국립암센터는 지난해 설립된 노조와 사측간 올해 임단협 협상이 5일 최종 결렬되면서 노조가 6일 오전 6시부터 파업에 돌입, 상당수 환자들이 병원에서 내몰렸고 외래진료 등에 일부 차질도 빚어졌다.

국립암센터 18년만에 첫 파업…암 환자 400여명 내몰려(종합)
노조는 이날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국립암센터 본관 1층 로비에서 노조원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이번 파업에는 암센터 전체 직원 2천800여명 중 노조원 1천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파업으로 입원 환자 540여명(전체 병상 560개) 중 400여명이 퇴원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오후 5시 현재 입원 환자는 138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가 파업에 대비해 지난 2일 병원 측에 환자 안전조치를 요청, 병원 측의 권고로 환자들은 인근 동국대 일산병원과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전국 11개 대학병원 등으로 옮기거나 퇴원했다.

이날 암센터를 찾은 외래 환자도 630명으로, 평소 금요일 외래 환자(1천200여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의료기관은 대부분 파업기간에도 필수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환자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대병원이 파업했지만 환자 급식 등에 영향을 받았을 뿐 진료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국립암센터는 사정이 다르다.

노조가 다른 병원보다 늦은 지난해 결성돼 새로운 '필수유지업무 범위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다보니 암 환자를 주기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항암주사실, 방사선치료실 등이 필수범위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노조원 상당수가 빠져나간 항암 주사실, 방사선 치료실, 병동 및 외래진료는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파업기간 인력을 모두 유지해야 하는 곳은 중환자실과 응급실뿐이다.

노조원들의 파업 출정식이 열리는 동안에도 진료 접수창구에서는 환자와 가족들이 진료를 위해 줄을 서 접수를 진행하고 있었다.

병원을 찾은 한 환자 가족은 "환자들을 위해 노사가 서로 조금씩 양보해 파업이 오래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는 "센터에서 이번 주 월요일부터 파업 예정이라는 소식과 함께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전원)을 얘기했지만, 갈 데도 없어 센터에 남기로 했다"면서 "하루빨리 양측이 타협점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파업 철회 요청 글에는 현재까지 1천300명 이상이 동의했다.

'3기 유방암 환자 보호자'라고 밝힌 이 청원인은 "6일 새벽 4시40분 파업시작한다는 문자와 함께 치료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매일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스케줄이었고 3주에 한번 맞는 표적치료제도 파업으로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국립암센터 18년만에 첫 파업…암 환자 400여명 내몰려(종합)
노조 측은 지난해까지 임금단체협상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아 임금 수준이 열악하다며 전년 대비 임금 6%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병원 측은 정부 공공기관 임금 가이드라인에 따른 인상률이 1.8%인 점을 들어 6%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또 노조 측은 인력 충원, 추가 수당 개선안 마련, 노동시간 단축 등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마찬가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과 임단협을 이어가기 위해 오늘 공문을 보냈다"면서 "오후까지도 사측에서 별도의 연락은 없다"고 전했다.

암센터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지만 진료 공백이 없도록 비상근무체계를 가동했다"며 "성실히 교섭에 임해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협의안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