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어떻게 세계 미디어 지형도를 바꿨나
2013년 글로벌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첫 오리지널 콘텐츠 ‘하우스 오브 카드’가 공개됐다. 이 작품을 본 TV 비평가 앤디 그린왈드는 이렇게 말했다. “일요일 밤에 첫 시즌의 처음부터 마지막 회를 다 봤는데, 그것이 저를 앞서게 할지 뒤처지게 할지 알 수 없다.” 매주 한 회씩 공개되는 기존 TV 드라마와 달리 한 시즌의 모든 회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공개하는 방식에 놀라움을 표현한 것이다. 이 변화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꿔놓을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그의 예상대로 대중의 시청 패턴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특정 시간까지 기다려 한 회를 보는 게 아니라 모든 시간에 자유롭게 ‘빈지워치(binge watch·몰아보기)’를 할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의 시대>는 세계 미디어 지형도를 바꿔놓은 넷플릭스의 전략을 소개하고 분석한다. 저자는 미국 브래들리대 커뮤니케이션 교수인 코리 바커, 인디애나대 민속학과 학술고문인 마이크 비아트로스키다.

우편으로 비디오 DVD를 대여해주던 넷플릭스는 2007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전환, 190개국에 진출했다. 2016년 한국에도 진출한 뒤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해가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넷플릭스의 세계 가입자 수는 1억4800만 명에 달한다.

저자들은 넷플릭스의 가장 큰 성공 비결로 ‘콘텐츠 저장소’ 없이도 세계 이용자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콘텐츠를 일일이 내려받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

사람들이 노트북,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이용하기 때문에 막대한 데이터 수집도 가능하다. 넷플릭스는 우리가 무엇을 시청하는지만 아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떤 종류의 디바이스로 시청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내로캐스팅’ 효과도 내고 있다. 내로캐스팅은 일부 케이블 방송사에서 특정 타깃층을 정해 그들의 관심사에 집중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의미했다.

이와 달리 넷플릭스는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만 각 개인에게 세분화된 콘텐츠를 소개하는 새로운 의미의 내로캐스팅을 선보이고 있다. 정교한 프로그래밍을 통해 개인의 취향을 분석하고, 알고리즘에 맞춰 드라마와 영화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에 접속하면 모두 같은 화면을 보는 게 아니라 각자 다른 콘텐츠로 장식된 화면이 뜨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시대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연내 월트디즈니가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하는 등 많은 공격이 이어질 전망이다. 저자들은 “오직 한 플랫폼이 주도하는 ‘넷플릭스의 시대’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넷플릭스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시대’는 훨씬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많은 미디어기업이 넷플릭스와 같은 고품질 콘텐츠 문법을 개발해내기 시작했고, 앞으로 더욱 다양한 전략을 내놓을 전망이다. 저자들은 강조한다. “넷플릭스 연구는 비단 넷플릭스만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 연구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미디어 생산과 배급, 소비 등에 미치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