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근대 건축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프랑스 파리 북 역(Gare du Nord)을 유리로 뒤덮겠다는 개보수 계획을 두고 건축가들과 역사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2008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장 누벨과 역사학자, 도시 계획 전문가들은 프랑스 일간 르 몽드에 기고한 공개서한에서 파리 북역 리노베이션 계획을 두고 "심각한 도시적 오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북역에 수만 ㎡ 규모의 대형 쇼핑몰을 조성하고 통로와 여러 층을 잇는 105개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계획을 수용할 수 없다며 부적절하고 교통 이용자를 심각하게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846년 문을 연 파리 북역은 일평균 이용객이 70만명에 이를 정도로 유럽에서 매우 혼잡한 역 중 한 곳이다.

이용자 대부분은 통근자들이지만 3% 정도는 고속열차인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에서 들어오는 승객이다.

처음 지었을 때 규모가 너무 작아 허물었다가 1864년 다시 문을 연 파리 북역은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확장을 거듭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프랑스 파리 북역 '유리로 치장' 리노베이션 계획 논란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최근 수년간 파리 북역은 종종 유로스타 정차역인 런던 세인트 판크라스 역과 달갑지 않은 비교를 당하기도 했다.

영국 존 루이스 백화점의 전무 출신인 앤디 스트리트 미들랜드 시장은 2014년 세인트 판크라스 역을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고 표현하면서 파리 북역을 '유럽의 더러운 구덩이(the squalor pit of Europe)'라고 했다가 사과했다.

파리 북역에 최근 몇 년간 수백만 유로를 쓰면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했던 프랑스 철도 당국은 국가 이미지가 달린 문제라며 2024년 파리 올림픽 전까지 건물 외관과 부지를 완전히 바꾸기 위해 상업시설 투자자들과 손잡았다.

르 몽드에 기고한 건축가들과 역사학자들은 리노베이션을 처음부터 재고해야 한다면서 승객들에게 수많은 통로와 승강기, 에스컬레이터를 타도록 만들고 플랫폼에 도착하기 전 수많은 상점을 지나게 만드는 건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파리 북역에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서면 파리의 수많은 소규모 지역 상권이 고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얼마 남지 않은 파리 올림픽 일정에 맞춰 공사하면서도 열차 운행은 계속해야 하는 것도 난제다.

건축가들은 2024년까지 이 엄청난 프로젝트를 끝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녹색당 정치인들은 리노베이션 계획에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최근 사업 허가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 기구의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파리 북역 리노베이션 사업자 측은 사소한 문제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랑스 파리 북역 '유리로 치장' 리노베이션 계획 논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