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선발 등판한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보러 일본 야구 대표팀 감독과 코치진이 방문한 것이다.
이나바 아쓰노리 일본 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 한국과 일본 기자들을 만나 "내년 도쿄올림픽과 11월 프리미어12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을 미리 보고자 왔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선수를 주목하기보다는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을 넓은 시야로 다 확인하겠다"라고도 했다.
이나바 감독의 주요 관찰 대상은 한국 국가대표팀에서도 핵심 선발투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큰 양현종이었다.
이나바 감독은 "양현종을 알고 있다.
오늘 선발 등판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며 "오늘 집중적으로 보겠다"고 예고했다.
양현종은 자신의 투구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일본 야구 대표팀의 시선을 받으며 등판했다.
이나바 감독과 함께 다테야마 요시노리 투수 코치, 이바타 히로카즈 수비·주루 코치 등 일본 대표팀 관계자와 일본 야구 기자들도 양현종을 지켜봤다.
전력 노출 등을 우려할 수도 있지만, 양현종은 KIA의 필승 카드로서 최선을 다해 팀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책무도 있기에 혼신의 피칭을 해야 했다.
그런데 양현종을 흔든 것은 뜻밖에도 동료들의 허술한 수비였다.
KIA는 1회 말에만 수비 3개를 쏟아냈다.
양현종은 첫 이닝에 4점을 잃었다.
우익수 프레스턴 터커, 3루수 박찬호, 2루수 안치홍의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3회 말에도 수비 악몽이 이어졌다.
1사 2루에서 최재훈의 2루수 내야 안타에 안치홍의 또 실책을 저질렀다.
그러나 양현종은 실책만 없다면 흔들릴 일이 없다는 듯 이후 4회 말부터 6회 말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양현종은 6이닝 동안 8피안타 2볼넷을 내줬지만 삼진 10개를 잡아냈다.
실점이 5점에 달하지만 실책 4개 탓이 컸다.
양현종의 자책점은 1점뿐이다.
KIA가 4회 초 3득점으로 6-5로 재역전하면서 양현종은 시즌 15승(8패)을 달성했다.
양현종이 던진 101개의 공 중 70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를 찍었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던졌다.
이나바 감독은 기록지에 꼼꼼히 메모해가며 양현종의 투구를 분석했다.
양현종은 기술과 함께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을 보여줬다.
경기 후 양현종은 "일본 대표팀이 관전했다는 것은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에 알았다.
평소와 똑같이 1경기 선발로 나가서 던진다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국가대표 관련 의식은 안 하고 있다.
현재는 KIA 타이거즈 소속이다.
시즌이 끝나고 대표팀에 합류하면 그 때 나라를 위해 열심히 던지겠다.
지금은 KIA 팀을 위해 던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경기 초반 쏟아진 야수 실책 4개에 대해서는 "실책은 경기의 일부다.
야수들도 실책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개의치 않는다"고 동료를 두둔했다.
오히려 "야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더 잘 막아야 했는데 안타를 많이 맞아서 제가 더 미안했다"고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드러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