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국민연금 개혁의 단일안 마련에 실패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당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험료 인상 등 국민에게 부담이 가는 개혁엔 몸을 사리고 있고, 야당은 “정부가 단일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논의가 어렵다”고 버티고 있어서다.
총선 앞두고 '더 내는 案' 택할지 의문…국회서도 '공회전' 가능성
일단 여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된 단일안을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총선을 앞두고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국민연금 개혁에 나서야 할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만약 단일안이 나왔는데도 국회 처리가 되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비판을 국회의원들이 받아야 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힘들었을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야당은 정부가 약 2년간 제도 개편을 논의하고도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는 지난해 11월 4개 안을 사지선다형으로 발표하고 이번에도 3개의 안을 제시했다”며 “국민에게 ‘당신들 노후자금이니 알아서 하시오’라고 미루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국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개혁의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긴 한다. 하지만 국회가 논의에 들어간다 해도 제때 결론을 내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 개혁과 같이 큰 사안은 특별위원회를 꾸려 논의하지만 여기에는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내년 4월 총선까지 8개월도 채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빠듯하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혁을 어떤 방식으로 논의할지에 대해서도 여야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국회가 보험료 인상 등 제도 개편에 합의한다 해도 ‘반쪽자리 개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논의의 기초가 될 경사노위 대안이 국민연금 가입·수급 연령 등 주요 개혁 과제엔 손도 못 댔기 때문이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보험료 납부 기한을 뜻하는 가입연령은 만 60세, 수급 시작 연령은 만 62세로 일치하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70세까지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정부와 경사노위는 이 역시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

노경목/서민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