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의 청년팝업레스토랑
대구 중구의 청년팝업레스토랑
청년들의 외식창업을 돕고 경험 부족에 의한 실패를 줄이기 위해 키친랩 등 공유주방이 대구·경북에서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경상북도와 경산시는 29일 경산역 광장에서 청년들의 외식창업 실험공간인 키친랩(lab) ‘청년들의 부엌’을 열었다. 사업비 약 20억원이 투입돼 경산역에 마련된 청년들의 부엌은 연면적 383㎡로 1층에는 실제 주방을 갖추고 영업할 수 있는 공간 두 곳, 2층에는 이론교육과 메뉴학습을 할 수 있는 교육실과 공유주방을 갖췄다.

이곳에서는 외식업 창업 이론교육, 메뉴 개발 및 요리실습, 실전 외식경영 등에 대한 전문가 교육이 이뤄진다. 청년들은 선행단계를 이수해야 다음 단계에 참여할 수 있다. 경산시는 공유주방 참가자에게 50만원, 개별주방 참가자에게는 100만원의 교육 식재료비도 지원한다.

경북 경산시 경산역 광장에 마련된 키친랩 ‘청년들의 부엌’.
경북 경산시 경산역 광장에 마련된 키친랩 ‘청년들의 부엌’.
앞서 대구시는 지난해 10월 대구 중구 종로에 3개 팀이 외식점을 경영할 수 있는 ‘청년팝업레스토랑’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외식업 공간과 주방시설, 외식업 경영에 대한 교육을 지원한다. 식재료는 청년들이 구입하고 수익은 전액 청년창업자들이 갖는다. 3개월 단위로 식당을 운영해볼 수 있는 청년팝업레스토랑에는 그동안 12개 팀이 실전경험을 쌓았고, 이 중 9명의 청년이 창업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 경산시가 이처럼 공유주방을 운영하는 것은 창업 희망자의 상당수가 외식업을 시작하지만 정보기술(IT) 분야 등 기술창업에 비해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충분한 준비 없이 창업해 실패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외식업 창업은 매장 권리금과 주방시설까지 평균 5000만원 이상 들지만 창업자의 20%만이 생존하는 것으로 대구시는 분석했다.

대구 청년팝업레스토랑 1기에 참여한 신상진 씨(33)는 이곳에서 국밥과 소갈비찜 등으로 식당을 운영해본 뒤 올해 3월 달성군 현풍읍의 백년도깨비시장에서 돼지갈비찜 가게를 창업해 월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신씨는 “충분한 준비 없이 창업한 또래 청년들이 권리금과 시설비를 회수하지 못해 1억원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공유주방을 통해 메뉴 구성, 주방 동선, 고객 관리 등 영업기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해 본 뒤 창업 대신 취업으로 돌아선 청년들도 2팀이나 된다. 김요한 시 청년정책과장은 “창업 희망자의 40%가 외식업을 희망하지만 경험이 부족해 실패하는 청년이 많아 청년팝업레스토랑을 운영하게 됐다”며 “이곳에서는 성공도 중요하지만 실패 경험을 쌓고 밖으로 나가 성공하는 게 더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