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첫 '외국인' 대학교 총장으로 조장연(67)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조 총장은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이버한국외대 부총장 경험을 살려 인도네시아 최초 사이버대를 설립하고, 이 대학교의 총장을 맡게 됐다"며 "다들 불가능이라 했던 일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 현재 방송통신대학교는 있지만, 사이버대학교는 하나도 없다.
조 총장은 2년 전 외대에서 은퇴한 뒤 인도네시아로 건너와 온라인 교육기업 인코르(inkor)를 설립하는 등 기반을 다지고 현지 교육 당국과 긴밀히 협조한 끝에 작년 말 사이버대의 설립에 관한 법 규정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도 사이버대를 졸업하면 학사학위를 주고, 대학원 진학이 가능해졌다.
조 총장은 "인도네시아는 섬이 1만7천여개로 동쪽 끝 섬에서 서쪽 끝 섬까지 거리가 서울∼자카르타와 비슷하다"며 "대학 진학률이 33%에 불과하고 가난의 대물림이 되고 있어 무엇보다 교육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는 21개의 사이버대가 있지만, 인도네시아에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온라인 교육, 사이버대학이 인도네시아 교육 문제의 큰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도움을 주고자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 총장은 인도네시아민족대학교(UNAS)와 자신이 운영하는 인코르가 절반씩 투자해 '아시아사이버대학교(Universitas Siber Asia·USA)'를 내년 2월에 개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하마드 나시르 인도네시아 연구기술고등교육부 장관은 전날 발리에서 열린 국가기술의 날 행사에서 조 총장에게 아시아사이버대학교의 인가증을 주고, 그를 외국인 최초의 대학교 총장으로 공식 소개했다.
조 총장의 선임과 관련해 인도네시아 교육계에서는 '외국인이 대학 총장을 할 수 있느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사립대학교라서 정부가 총장을 임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이 총장을 한 선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인도네시아 발전을 위해서는 외국인을 총장으로 모셔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잦아들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오는 10월 시작될 두 번째 임기 비전을 발표하면서 '인적 자원개발'을 핵심 사업으로 꼽을 정도로 교육을 우선시한다.
아시아사이버대학교는 경영학, 회계·세무, 데이터와 정보시스템, 디지털커뮤니케이션·미디어, 정보엔지니어링 등 5개 학부로 시작하며, 11월부터 학생 모집을 시작해 개교 5년 안에 학생 4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한다.
조 총장은 "현재 33%에 불과한 인도네시아의 대학 진학률을 사이버대를 통해 10년 내 50%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운영 교수와 티칭(teaching) 교수로 나눠, 티칭 교수는 세계적인 수준의 교수진을 영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 총장은 1977년 외대 행정학과 졸업 후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네브래스카주립대 교수를 하다가 1996년부터 외대 경영학과 교수, 상경대학장, 경영대학원장, 사이버외대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