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깜짝실적'에도 주가 왜 맥 못추지?
호텔신라가 2분기 동종 업계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냈지만 영업이익률 하락세에 시장 우려가 반영되며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호텔신라는 2600원(3.3%) 하락한 7만6300원으로 마감했다. 호텔신라 주가는 최근 2분기 ‘깜짝 실적’ 발표에도 기관 등의 매도 우위로 좀체 반등을 타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7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했다. 면세점 부문 영업이익도 698억원으로, 작년 동기(640억원) 대비 9.1% 늘어났다. 신라와 함께 면세점업계 ‘빅3’인 롯데와 신세계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호텔신라 영업이익률 하락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이 제기되면서 지난 5월 초부터 이어진 주가 약세가 좀체 멈추지 않고 있다. 호텔신라가 최근 외국인을 상대로 마련한 투자설명회(IR)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상당수 외국인이 호텔신라의 2분기 면세점 부문 영업이익률이 7.4%로, 작년 동기(8.6%)보다 1.2%포인트 떨어진 데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올 들어 대형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이 일으키는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이게 영업이익률 측면에선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증권업계 설명이다. 대형 따이궁은 면세점이 제공하는 할인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마케팅 전략은 수익성 개선보다는 영업이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계절적 성수기인 3분기에도 마케팅 비용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면세점 시장 전체가 전망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더라도 호텔신라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배당할 때는 영업이익이 아니라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순이익 규모가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 외국인으로선 높은 배당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다만 8월 들어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호텔신라 ‘사자’ 기조에 아직까지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호텔신라를 39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