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26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26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관련해 대법원 선고를 사흘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당초 예상을 깨고 공개적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본 뒤 경영진 회의를 주재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중장기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대형 디스플레이 로드맵 등 미래 신기술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김성철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 부사장, 남효학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 부사장, 곽진오 디스플레이연구소장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위기와 기회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지금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선 안 된다"면서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 기술만이 살 길"이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전격 방문한 것은 LCD 패널 단가 급락에 따라 일부 생산라인 감산을 계획하는 등 디스플레이 업황이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미·중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관세전쟁'으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삼성 때리기'에 나서는 등 글로벌 대외환경이 악화된 것도 방문 이유로 꼽힌다. 애플은 그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던 아이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로 돌리는 등 '탈(脫) 삼성' 행보를 시작했다.

오는 29일 대법원 선고가 예정된 이 부회장의 사업장 방문은 이달 들어서만 4번째다. 지난 6일 충남 온양사업장과 천안사업장, 9일 경기도 평택사업장, 20일 광주사업장을 잇따라 방문했었다.

재계에서는 선고를 대비해 이 부회장이 당분간 비공개 일정으로 재판 준비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일본 수출규제를 비롯한 대외환경 악화 대응을 우선순위에 두고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