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블라에서 건기식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소비자. [사진=GS리테일 제공]
랄라블라에서 건기식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소비자. [사진=GS리테일 제공]
가정간편식에 이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식품 업체는 물론 제약업체, 화장품 업체까지 건기식 개발에 뛰어드는 등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식품산업 주요관심사항'을 보면 주요 뉴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식품산업 관련 키워드는 '건기식' '가정간편식' '푸드테크'인 것으로 집계됐다.

언급된 빈도수는 건기식이 월평균 2803회로 가장 높았으며 가정간편식(2518회), 푸드테크(1356회)가 뒤를 이었다. 이들 키워드에 대한 온라인 언급 빈도수는 건강과 간편성을 중시하는 트렌드 변화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건기식의 연관어로는 '다이어트' '항산화' '체중' '디톡스' '면역력' '홍삼' '비타민' 등으로 나타났다. 건기식 섭취 목적이 다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관 키워드다. 식품업계 주요 트렌드가 간편성을 넘어 건강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얘기다.

관련 업체 매출도 증가세다. 국내 1위 건기식 ODM(제조업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 업체 노바렉스는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2% 증가한 405억원, 영업이익은 23% 늘어난 44억원을 올렸다. 건기식 열풍과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가 호실적을 올린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노바렉스는 건강기능식품회사, 제약회사, 화장품 업체 등 다양한 고객사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담배인삼공사, 암웨이 등 의미 있는 고객사를 이미 모두 보유한 만큼 건기식 시장 확대에 따른 안정적 성장이 가능하다"면서 "국내 ODM·OEM 업체 중 개별인정원료, 고객수,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독보적 선두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가파른 성장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확보됐다"고 평가했다.

건기식 업체 에이치엘사이언스도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 성장세를 입증했다. 에이치엘사이언스는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9.8%, 151.6%나 뛴 375억원과 74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 이어 다시 한 번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이치엘사이언스는 우슬시크릿(골관절염 건기식)을 포함한 신제품 론칭 비용 발생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다"며 "새싹보리와 지난 4월에 출시한 신제품 시서스, 프리바이오틱스가 실적 서프라이즈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새싹보리 매출액은 기존 추정치였던 110억원 대비 56% 웃돈 171억원을 기록했다. 소비자 반응이 좋아 1분기 대비 2분기 방송 횟수는 3배가량 증가했다. 시서스, 프리바이오틱스 신제품도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윤 연구원은 "향후 브랜드 완제품뿐 아니라 원료 판매도 가능할 전망"이라며 "국내외 건기식 회사, 제약사, 대형 유통사로 원료 독점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료 수익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률 개선도 예상된다"고 했다.

콜마비앤에이치 역시 호실적을 보였다. 이 업체는 지난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12.4% 증가하며 각각 1009억원과 154억원의 실적을 냈다.

최서연 한양증권 연구원은 "콜마비앤에이치의 건기식은 애터미의 헤모힘, 친생유산균 등의 성장세 지속과 함께 네트워크 마케팅 채널 외 식품 매출액도 증가 중"이라며 "하반기에는 혈당 개선 기능이 있는 여주 추출물의 개별인정 허가가 기대돼 내년 건기식 제품이 한층 다변화될 전망"이라고 호평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제약사들의 활발한 건기식 론칭으로 이어지고 있다. 종근당건강의 락토핏, 유한양행의 뉴오리진, 휴온스의 이너셋, 광동제약의 진삼정, 일동제약의 마이니, 대원제약의 장대원 등 제약사에서 론칭한 건기식 브랜드들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 이후 매출 연평균 9% 증가율을 보인 국내 건기식 시장은 신규 진입자 증가에 힘입어 향후에도 지속적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건기식 제조개발 기술력을 보유한 OEM, ODM 업체들의 실적도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목할 포인트는 기존 건기식 제품 주소비자였던 중장년층 외에 젊은층 시장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

26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H&B(헬스앤뷰티) 스토어 랄라블라가 건기식 관련 카테고리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1월1일~8월14일) 10~20대 소비자의 매출 증가율이 73.8%로 40~50대(34.7%)를 크게 웃돌았다.

콜라겐, 유산균 등 이너뷰티 상품이 구매 상위 품목 5위권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며 10~20대의 건기식 매출 증가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체 건기식 매출 구성비에서 이너뷰티 관련 상품 비율은 지난해 6.9%에서 올해 28.7%로 급증했다. 특히 중국, 동남아 지역의 피부 관련 이너뷰티 관심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잦은 서울 명동, 동대문, 홍대 등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맛있고 간편하게 먹는 것을 넘어 건강과 미모를 위한 식품 섭취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노령화가 진행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식품 산업과 제약, 화장품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