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적(enemy)’이라고 부르는 등 극도의 적개심을 드러냈다. 얼마 전까지 시 주석을 ‘내 친구’로 부르며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던 것과는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이다.

트럼프 "시진핑·파월 누가 더 큰 敵이냐"…재선가도에 걸림돌, 둘 다 싸잡아 공격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트위터를 통해 “나의 유일한 질문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시진핑 주석 중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이냐는 것”이라며 시 주석에 대한 적대감을 여과 없이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며 ‘지시’라는 표현으로 미국 기업에 중국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압박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파월 의장에게 분노를 폭발한 것은 두 사람을 자신의 경제정책의 걸림돌로 여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정책의 성과를 치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재선을 가로막을 수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 논란을 떨쳐내는 게 시급한 과제다. 미국에선 남북전쟁 이후 재임 마지막 2년 중 경기침체가 발생한 대통령 가운데 재선에 성공한 사람은 1900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한 명밖에 없을 정도로 경기침체와 재선 성공 여부 간 상관관계가 높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줄기찬 금리 인하 요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이 절실하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23일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현재의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쓴 것은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와중에 시 주석을 적이라고 부르며 친선의 가식을 내려놨다”며 “중국을 향해 더욱 대결적인 전략으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