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兆 육군 트럭시장 본격 공략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를 주력으로 하는 한화지상방산과 장갑차 등 기동방어 중심의 옛 한화디펜스가 지난 1월 합병해 새롭게 출범한 지상무기 전문업체다. 한화그룹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항공), 한화시스템(레이더 등 전자방어체계)과 함께 방산 부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40년 만에 새 트럭 개발 입찰
25일 업계에 따르면 육군 전력지원체계사업단은 다음달 26일까지 민간 업체들로부터 ‘중형표준차량(2.5t·5t) 및 5t 방탄킷 차량통합 개발용역’ 제안서를 접수한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간 176억9000만원을 들여 육군의 신형 중형표준차량과 방탄트럭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군용 차량 시장의 절대 강자인 기아차와 차륜형 무기 개발 경험이 풍부한 한화디펜스 간 양강 구도 속에 미국과 유럽 등 일부 해외 업체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전력지원체계사업단은 기아차와 한화디펜스 등이 제출한 개발 제안서를 평가해 오는 10월 17일 협상 대상 업체를 선정·발표할 계획이다.
육군은 중형표준차량 개발이 완료되면 2024∼2041년에 걸쳐 1조7000억원을 투입해 2.5t 트럭 7000여 대와 5t 트럭 3400여 대, 5t 방탄트럭 600여 대를 일선 부대에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구매 대수가 1만1000여 대에 달한다. 아시아와 중동 등으로의 수출도 기대할 수 있어 입찰 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방산업계에선 보고 있다.
육군이 중형표준차량 개발에 나선 것은 운용 중인 1만여 대의 2.5t과 5t 트럭이 개발된 지 40년이 지나면서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들 중형표준차량은 미군이 1960년대 쓰던 모델을 기반으로 아시아자동차에서 개발해 1978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2003년 한 차례 성능 개량을 마쳤지만 험지 주행 성능은 물론 안전성 측면에서도 취약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특히 신형 차량 개발을 기다리며 2015년부터는 연간 필요량(600~800대)의 15% 수준인 100여 대만 구매해 트럭 보유량이 육군 수요(1만5000여 대)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통의 기아 vs 신흥 강자 한화
소형 지프부터 대형 트럭까지 군용 차량 시장은 그동안 기아차가 주도해왔다. 하지만 한화디펜스도 군용 차량 제작 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한국군의 대표적인 명품 무기로 꼽히는 다연장 로켓 ‘천무’와 지대공 미사일 ‘천궁’ 차체는 모두 한화디펜스가 개발했다. 이들 무기는 대형 트럭에 발사체를 탑재한 형태다.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호평받고 있는 차륜형 장갑차 ‘타이곤’도 한화디펜스가 양산 중이다. 군용 트럭의 기본 성능인 험지 주행 능력은 물론 방탄 기능을 갖춘 차량을 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아차는 40년 넘게 군용 차량을 개발·생산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신형 중형표준차량을 내놓을 계획이다. 1973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기아차는 군용 차량 개발 전문연구소를 운영하는 등 국내 유일의 군용 차량 전문업체다. 매년 2000여 대씩 총 11만여 대의 차량을 군에 공급해오면서 안전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9월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엔 미래형 중형표준차량 콘셉트카를 전시하는 등 일찍부터 신형 트럭 개발 사업을 준비해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통의 기아차에 방산업계 신흥 강자인 한화디펜스가 도전하는 모양새”라며 “기술력을 갖춘 두 회사가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