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에 '손타쿠식 자기검열 문화' 꼬집어

일본의 예술제가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기획전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이 예술제의 예술감독이 "일본에서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위협하는 것은 오히려 '집단적인 자기 검열'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의 쓰다 다이스케(津田大介) 예술감독은 21일자 아사히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전시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은 권력에 의한 검열이냐"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日예술감독 "일본의 집단적 자기검열이 표현의 자유 위협"
그는 "현장 측이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를 하거나 문제를 피하고 싶다고 생각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특정한 정치적 표현이 배제되는 듯한 현상"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1일 개막한 국제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선 소녀상이 포함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가 선보였지만, 정치적 개입과 극우 세력의 협박으로 전시는 3일 만에 중단됐다.

쓰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국가 등의 권력이 표현의 내용에 개입하는 것이 일반적 검열의 이미지일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이므로 (전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名古屋)시장이 그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일본 경찰은 예술제에서 소녀상을 서둘러 철거하지 않으면 휘발유 통을 갖고 전시관을 방해할 것이라는 내용의 팩스를 보낸 50대를 체포한 바 있다.

쓰다 감독은 "휘발유를 사용한 테러를 시사하는 협박 팩스까지 와 그대로 계속하면 정말 죽는 사람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35명의 사망자가 나온 '교토(京都) 애니메이션' 휘발유 방화사건이 2주 전에 있었다"며 "트리엔날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매우 고민했다"고 거론했다.

그는 전시 재개가 가능해지기 위한 조건을 묻자 경비 강화, 전화 항의에 대한 대응 정비, 전시 중단까지의 경위를 조사하고자 아이치현이 설치한 검증위원회의 중간보고서 마련, 이 문제를 둘러싼 공개적인 논의가 주민과 작가 등을 포함해 이뤄져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는 것 등을 꼽았다.

쓰다 감독은 "이것들이 모두 확실해져야 처음으로 (중단된 기획전) 재개에 관한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