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붓을 담아 세상을 그리다…'커피화가' 유사랑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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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갈색빛 한 가지 색밖에 없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단색 같지 않은 변화무쌍한 매력도 느껴집니다.
"
인천에서 시사 만평가로 활동하는 유사랑 화백은 커피를 물감 삼아 그림을 그리는 독특한 작품 활동 덕분에 '커피 화가'로 불린다.
유 화백은 4년 전쯤 카페에서 장난삼아 티슈에 커피로 그림을 그린 것을 시작으로 커피 그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고 21일 설명했다.
"평소 조그만 붓을 가방에 넣고 다닐 때가 많은데, 커피를 마시다가 재미 삼아 커피에 붓을 찍어서 티슈에 그림을 그려 봤어요.
커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게 재미있었고 커피가 물감으로서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
유 화백은 이때부터 커피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인터넷신문 '아이뷰(I-View)'에 '커피로 그리는 인천 만화(萬話)'를 연재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철공소 주인, 커피숍 주인, 연극인, 버스 기사 등 인천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더해지며 그가 그린 커피 인물화도 어느덧 130여점에 이르렀다.
인물화뿐 아니라 정물화·사실화 등 그의 커피 그림에는 장르의 제약이 없다.
그가 그림을 그릴 때 주로 사용하는 커피는 에스프레소다.
커피 믹스나 알갱이 커피로도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진한 색의 에스프레소가 명암이나 농담(濃淡)을 표현하기에 더욱 적절하다고 한다.
에스프레소 30∼40잔 분량을 가지고 수분을 증발 시켜 농축하면 진득한 형태의 '커피 물감'이 작은 물감통으로 1개 정도 나온다.
그림에서 진하게 표현해야 하는 부분은 커피 농축액과 물을 덜 섞어서 쓰고, 옅은 부분은 물을 좀 더 섞는 방식으로 색을 맞춘다.

주로 A4 용지 크기의 도화지 위에 밑그림 없이 바로 커피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대다수 작품이 30분 안에 완성된다.
유 화백은 정식으로 그림을 배워 본 적은 없다고 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해서 미술과는 별 관련이 없어요.
그저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남들보다는 그림 그리는 재주가 좀 더 있다는 소리를 듣는 정도였죠."
그는 대학 졸업 후 여러 신문에서 시사 만평가로 활동하다가 2015년부터는 인천일보에 정착해 촌철살인 같은 시사만평을 주 5회 연재하고 있다.
유 화백은 자신의 작품 활동을 소재로 시민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21일에는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사전 신청자의 인물화를 커피로 직접 그려주는 행사를 열고, 9∼11월에는 동구 주민행복센터에서 10주 과정으로 캐리커처 그리기 무료 강연도 한다.
지난 6월 말 시립박물관에서 시작한 '커피로 그려낸 인천사람들' 전시회는 9월 1일까지 이어진다.
유 화백은 앞으로도 커피 그림을 꾸준히 그려나갈 생각이다.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1년간 유럽을 돌며 사람들과 풍경을 커피 그림으로 담아 보는 것입니다.
붓 한 자루와 커피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언젠간 실현될 날이 올 거라고 기대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