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와 인터뷰에서 일본의 말레이 점령 시절 만행 증언

샹그릴라호텔 체인 등을 소유한 말레이시아 최고 갑부 로버트 쿠옥(95·郭鶴年)이 말레이시아의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의 만행을 증언했다.

말레이 최고 갑부 "일본의 끔찍한 악행 다시 없어야"
중국계인 쿠옥 씨는 "내가 아는 많은 사람이 살해당했고, 많은 비극적 이야기를 들었다"고 지난 16일 일본 아사히 신문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1511년부터 포르투갈이 식민지배했고, 이어서 네덜란드와 영국이 식민지배한 뒤 1941년∼1945년 일본이 점령했다.

언론과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쿠옥 씨는 "젊은 세대가 역사를 알았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수락했다.

그는 "전에 일본 여성의 부탁으로 10분∼15분 정도 일제 시절 경험을 털어놓았더니 '믿을 수 없다.

일본 역사 교과서에는 이런 이야기가 없다'는 반응을 보여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쿠옥 씨는 자신이 살았던 조호르바루에서 50㎞ 떨어진 '울루 티람'이란 마을에서 일본인들이 유라시아인들을 학살했다고 말했다.

쿠옥 씨는 "일본이 침략한 뒤 유라시아인 80∼90명이 가톨릭 성당이 있는 울루 티람 마을로 피신했다"며 "어느 날 일본군이 유라시아 소녀들을 만져 항의했더니 며칠 뒤 일본군들이 몰려와 모두 죽였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중 한 명은 유라시아인들과 가까운 내 친구였다"며 "내 학교 선생님을 포함해 내가 알고 있던 15∼20명이 한꺼번에 죽임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 최고 갑부 "일본의 끔찍한 악행 다시 없어야"
그는 일제 강점기에 많은 살인이 자행됐다며, 조호르바루의 중국학교에 같이 다녔던 반 친구들도 살해됐다고 말했다.

쿠옥 씨는 "여학생들이었는데, 그들이 강간당하고 온 가족과 함께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 운동장에 묻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전쟁 중 무역회사인 '미쓰비시 쇼지'에서 일하고, 일본어를 공부했다.

쿠옥 씨는 '말레이시아는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해방해준 일본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일본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믿고 싶어하는 것을 바꿀 수 없기에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일본 기업과 함께 일했고, 일본 국민을 이해하며 일본의 친구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들이 멍청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쿠옥 씨는 "일본은 정직하고 근면한 민족이다.

그들은 평범한 삶을 살기 원한다.

그들은 소수의 범죄자로부터 현혹됐다"며 "이런 끔찍한 악행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쿠옥 씨는 설탕 정제업, 부동산, 농장, 호텔, 물류 등 다방면의 사업에서 부를 일궈 올해 3월 포브스 추산으로 128억 달러(15조5천억원)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