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태도가 北의 '대화파트너로 한국 무시'에도 일조"
美언론 "트럼프가 北에 '허가증' 주며 시험발사 부추긴 격"
미국 언론은 북한이 한국시간으로 16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묵인적' 태도가 북한의 계속된 '도발'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소형 단거리일 뿐"이라면서 '약속 위반'이 아니고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되풀이해왔다.

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종료되면 미사일 시험 발사도 중단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 언사를 내뱉으며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했으며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분노의 표시로 2개의 미사일을 더 발사했다"며 북한의 이번 '무력과시 공세'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경제'를 통한 2045년 '통일로 하나 된 나라'에 대한 구상을 밝힌 문 대통령에 대한 또 하나의 '일격'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의 문을 닫아두진 않았지만, 북한의 분노는 북미가 핵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를 꺾게 한다"면서 대북 관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장밋빛 관점'이 대화로 가는 길을 닦는 데 도움을 줬지만,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접근법이 점점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WP는 "평양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 위반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평양의 미사일 시험발사 '권리'를 방어해주고 문 대통령을 폄하하며 미국에 너무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군사훈련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나타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심술'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정은 정권이 한국을 공격하고 그 미사일 방어망을 뚫는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는데 시험 발사들을 활용해왔다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는 WP에 "이 미사일 시험 발사들은 (북한에) 더 좋은 제안을 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며,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길 원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동맹들을 손상시키더라도 대선 국면에서 폭스뉴스와 유권자들을 상대로 '외교정책의 승리'라고 '세일즈'할 수 있는 북한과의 합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강경한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인사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고 부연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북한의 무기 시험 발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된 '의미 축소'가 북한에 시험 발사에 대한 재량권을 줬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시험 발사들을 대단치 않게 여기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동맹인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주둔하는 미군 및 미국 민간인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단거리 무기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험 발사할 '허가증'을 북한에 준 셈이 됐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의 직거래를 원하며 한국을 대화 파트너로서 무시하도록 부추기는 데도 일조했다는 전문가 견해도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워싱턴은 그동안 최근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들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취해왔다"고 지적했다.

CBS 방송은 이번 발사에 대해 "이달 하순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뒤 재개될 수 있는 미국과의 협상에 앞서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간주된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