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연구개발과 제품 상용화의 사이에는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높은 장벽이 있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은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와 관련한 소재·부품 국산화의 어려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재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는 중요하지만, 한국이 처한 현실을 냉정히 보고 일본의 조치에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윤 전 부회장은 2000년대 삼성전자를 현재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경영인이다. 2011년 상임고문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등을 지냈다. 이날 인터뷰 기사는 ‘분업과 협력, 서로의 이익’이라는 제목으로 여론면에 실렸다. 인터뷰는 한·일 경제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던 7월 중순에 이뤄졌다.

윤 전 부회장은 “양국이 미래를 위해 협력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분업과 협력은 한·일 양자에 모두 이익인데 한·일 양국 지도자 모두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수입처 다변화 전략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윤 전 부회장은 “한국 정부는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화로 대일(對日) 의존도를 낮춘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며 “부가가치가 높은 정밀화학 분야는 독일, 일본, 미국이 강하고 산업화 역사가 짧은 한국과의 격차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기업은 품질과 가격, 납기, 어떤 면에서 봐도 우수하고 지리적으로도 가깝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요청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고 문제 해결도 신속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구개발과 제품화 사이에는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높은 장벽이 있어 그것을 넘기란 어렵다”며 “이는 노벨상을 받을 만한 이론이 있어도 그것을 실제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소재 관련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이를 실제 상용화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윤 전 부회장은 또 “부품·소재 국산화는 기업이 스스로 판단해 진행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를 위한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 때 세제 혜택 등을 해주기만 하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선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